우리나라가 세계 1등 인공지능(AI)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과 실행계획을 담은 AI 국가 전략 발표 이후 1년간 정부와 기업은 AI 생태계 확장 차원에서 괄목한 성과를 도출했다.
정부는 AI와 빅데이터 데이터 활용을 지원하는 '데이터댐'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기업은 AI 반도체 상용화를 비롯, AI 진단 시스템 고도화 등 초기 AI 기반을 조성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만, AI가 국민 생활과 산업에 전면적으로 적용돼 활성화됐다고 평가하기엔 부족하다. 산업과 교육, 정책 등 모든 분야에 AI 도입을 가속화하는 한편, AI를 가장 잘 사용하는 나라가 되기 위한 법·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AI 국가전략, 데이터댐으로 구체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 댐' 프로젝트를 AI 국가전략 핵심 성과로 지목했다.
AI 국가전략은 세계를 선도하는 AI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공공데이터 전면개방, 데이터활용 지원 등 인프라 확충이 핵심이다. 상반기 코로나19 위기가 터지자,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전략을 발전시키고 구체화한 '데이터댐'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데이터댐은 AI 진화를 위한 기반 자원인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아날로그 기반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AI 바우처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데이터 활용기반을 활성화했다. 데이터댐 프로젝트에는 약 2400개 기업·기관이 참가해 2만8000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했다.
기업과 민간이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해 AI 알고리즘과 서비스를 진화시킬 기반을 조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기정통부는 연내 AI 학습용 데이터 191종 , 빅데이터 플랫폼 16개 등을 구축하고, 2025년까지 43조원 데이터 시장과 90만개 일자리 창출을 추진해 성과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AI 국가전략 수립 이후 교육과 인재양성 기반을 조성한 것도 주요 성과다. 대학 교원 기업 겸직을 허용해 AI 첨단학과를 신·증설할 기반을 조성했다. 대학에서 AI 노하우를 전수하고자 하면서도 기업에서 받는 고액연봉을 포기하기 어려웠던 최고 수준 AI 전문가가 대학교수를 겸임할 수 있도록 해 특급 인재양성 기반을 조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AI대학원은 8개가 운영중이고, AI 서비스 실험을 위한 이노베이션 스퀘어는 5개로 증가했다.
과기정통부는 2025년까지 10만명 AI·소프트웨어(SW)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모든 국민에게 AI 기본 소양교육을 추진한다.
◇AI 응용서비스 활성화
산업분야에서는 다양한 AI 응용서비스가 확산됐다.
의료분야에 산·학·연이 협력해 '닥터앤서' 진단용 AI를 개발, 발달장애를 유발하는 1800여종 유전자 분석에 걸리는 시간을 5년에서 5분으로 단축했다. 닥터앤서는 출생후 발달지연으로 3세가 되기까지 기어다니지 못했던 남아의 유전자를 정확하게 분석, 적합한 치료제를 처방했다.
코로나19 방역에도 AI가 활용됐다. AI가 자동 전화로 증상 여부를 체크한 후 답변을 즉시 웹사이트에 업로드해 방역 인력 업무를 경감하고, 경상남도에서만 4명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성과를 얻었다. '코로나19 챗봇'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공개 데이터를 활용해 자가격리자 생활 수칙 등 맞춤형 정보를 AI로 제공하기도 했다.
경남 통영의 양식장은 AI기반 폐쇄회로(CC)TV 영상분석을 통해 원격으로 양식어류의 생육상태를 분석해 먹이량과 지급 시점을 조정, 생산성을 30% 향상했다.
김포국제공항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AI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했다. 웹캠,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수어 통역이 가능한 인공지능 인식 기술 및 시스템을 개발해 청각장애인의 사용 편의성을 개선했다.
AI가 국민 생활 곳곳에 접목되면서 편의를 제공, AI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고 산업 적용으로 활성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AI 활성화 법·제도 개선 이어가야
국가 차원 AI 활성화 의지 속에 기업은 AI가 미래 생존을 좌우할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간주하고 제품과 서비스, 경영 전반에 AI를 확산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 국가 전략 추진 속에 데이터 등 중요한 국가 인프라가 조성되고, 초기 AI 서비스와 상용제품이 출시됐다. 전체 산업과 사회로 AI 확산을 가속화하는 일은 과제다.
민간의 자발적인 AI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율주행자동차, AI 변호사와 같은 혁신 AI 기반 서비스가 출시되려할 때 규제 또는 이해관계 충돌에 따른 사회적 논란에 가로 막힌다면 서비스가 꽃피우기 어렵다.
과기정통부는 연내 AI를 투명하고 가치중립적으로 개발·활용해 나갈 수 있도록 'AI 윤리기준'을 수립할 방침이다. AI의 산업적·사회적 활용 확산에 체계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인공지능 법·제도 정비 로드맵'을 수립해 사회 각 분야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세계적 수준의 AI 기술력 확보와 신산업 창출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AI를 모든 산업과 지역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