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 관계부처별 TF 구성해 모든 시나리오 대응...한미동맹·대북정책에 촉각

미국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3일 오전 0시(이하 미국동부 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2시)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공화당)이 재선에 성공하면 제45대 대통령의 연임이 된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 시 새로운 제46대 대통령이 탄생한다.
우리 정부는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며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미 대선 투표는 이날 오전 0시 뉴햄프셔주 작은 마을 딕스빌노치 등 두 곳에서 시작됐다. 주별로 오전 5~8시부터 오후 7~9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당선 윤곽은 이르면 3일 밤 늦게 또는 4일 새벽 드러날 전망이다. 우편투표 급증에 따라 개표 지연 현상이 예상되면서 며칠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가 1억명에 육박한다. 4년전 전체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이미 한 표를 행사한 셈이다. 투표율도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전투표 현황 사이트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조기 현장 투표자는 3550만명, 우편투표 유권자는 6210만명이다.
이 때문에 개표 과정에서 경합주를 중심으로 두 후보의 접전이 계속되고 우편투표에 따른 개표 지연 현상까지 벌어지면 최소 수일 간 '당선인 공백상태'가 벌어질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에선 바이든 후보가 우세하다. AFP통신은 선거분석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바이든 후보가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국 지지율은 바이든 후보가 50.7% 지지를 얻어 43.9%인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
다만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경합주는 오차범위 싸움이 벌어지며 승부를 예단하긴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대선에서도 여론조사에서 졌지만 선거 당일 승리했다.
미국 대선은 주 별로 각각 다르게 배정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에서 최소 270명을 확보한 후보가 당선된다. 플로리다주, 텍사스주 등 많은 선거인단이 배정된 경합주에서 거둔 성적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개시 전날에도 남부와 북부의 4개 주에서 다섯 번 유세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뒤진다는 여론조사에 대해 “나는 이들 가짜 여론조사를 본다. 우리는 어쨌든 이길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틀 연속 최대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를 공략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가 가방을 싸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혼란은 끝났다. 트윗, 분노, 증오, 실패, 무책임은 끝났다”고 유권자 투표를 독려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패권국'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서도 판이한 해법을 제시해 대권 향배는 전 세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 정부 역시 관계부처별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모든 상황에 대비하며 당선 결과에 따른 미국의 한미동맹·대북정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8월 최종건 1차관을 팀장으로 북미국, 북핵외교기획단, 평화외교기획단 등 유관부서 중심 25명 규모의 TF를 꾸린 뒤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차기 미 행정부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물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등에 대한 논의 가능성에 대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도 국방정책실 등 일부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군 당국은 미국 대선 전후로 있을지 모를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북측 동향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일부는 자체 TF는 꾸리지 않았지만, 이인영 장관 주재로 미 대선과 관련한 광범위한 주제로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 대선과 관련한 질의에 “통일부도 유관기관, 국내외 다양한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