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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학교 운동장과 조용해진 놀이터를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야외에서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답답할 것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2013년부터 3년 동안 우리나라 어린이 3~9세의 야외 활동 시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34분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어린이 119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면서 야외 활동 시간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실내 환경의 질과 아이들 안전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 어른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

어린이는 단순히 어른의 작아진 모습이 아니다. 어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을 적은 양의 유해물질이 어린이에게는 치명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나이가 어릴수록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환경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확률이 높아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전체 연령에서 환경성 질환자 유병률이 16.8%를 차지하는 반면에 14세 이하 어린이는 32.7%로 약 2배 높다.

이는 성인과 비교할 때 어린이는 신진대사가 빠르고, 아직 신체가 성숙되지 못한 과정에 있어서 환경오염에 더 쉽게 노출되고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과 제품에 대한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 어린이 활동 공간에 대해 중금속 함유 수준 및 실내 공기 질의 환경 기준 충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올해도 5000여 곳의 시설을 진단해서 문제를 발견할 경우 친환경 도색, 바닥재 교체 등 시설 개선을 지원한다. 특히 영세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해서는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주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어린이 이용이 많은 키즈카페를 법정관리 대상인 어린이 활동 공간에 포함되도록 '환경보건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키즈카페가 환경안전 관리 기준을 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위해성 높은 납에 대해서는 검출 농도 제한선을 0.06%에서 0.009% 이하로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도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용 제품도 꼼꼼하게 지켜보고 있다. 환경부는 매년 약 2500개 어린이용품에 대해 유해물질 함유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환경안전 시장감시단을 꾸려서 어린이용품 시장을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까지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불법 판정을 받은 어린이용품의 시장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생산·유통업자로 하여금 불법 어린이용품 회수 조치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환경보건법' 시행규칙도 개정할 예정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환경보건교육도 강화한다. 환경부는 시·도 교육청과 손을 잡고 환경보건교육 온라인 매체 '케미스토리'를 학교 교과 과정과 연계, 활용하고 있다.

아이들 건강과 안전에 가장 예민한 사람 가운데 하나는 아이를 임신한 엄마와 아빠일 것이다. 환경부는 이들을 위해 올해 말까지 임신부 환경보건 행동 안내서를 마련,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창밖으로 텅 빈 학교 운동장과 침묵 속에 잠긴 놀이터가 보인다. 아이 한 명을 기르는 데 온 동네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아이들을 유해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일은 이제 가정을 넘어 현 세대 모두와 국가 전체가 완수해야 할 기본 중 기본 책무라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 jkhong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