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광주그린카진흥원장 중도하차 '유감'

광주시 출연기관 광주그린카진흥원의 원장이 최근 임기 1년 2개월여를 남겨놓고 하차했다. 기관을 부적절하고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언론 보도에 따라 광주시가 감사와 점검을 벌인 것에 부담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사퇴를 놓고 말이 많다. 순전히 개인 잘못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얘기도 있지만 광주시장 캠프 출신인 내부자가 진흥원장의 부정을 폭로해서 몰아내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기에 광주형 일자리 모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1대 주주인 진흥원장이 광주상생일자리재단 설립을 놓고 광주시와 이견을 보인 GGM 편을 들어 인사권자인 광주시장으로부터 미움을 사서 사실상 경질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나돌고 있다.

진흥원장 중도 하차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금까지 총 4명의 원장 가운데 초대 원장을 제외한 3명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대부분 광주시와 갈등을 겪은 끝에 사표를 던졌다.

졸지에 수장인 원장이 조직을 떠남에 따라 묵묵히 제 할 일을 해 온 진흥원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번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원장의 뒷모습을 보며 자괴감과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온전히 직원들의 몫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진흥원장 사퇴를 지방자치단체의 출연, 산하기관장 인사 문제의 종합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자체 출연기관장 자리는 시장이나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선거캠프 관계자의 논공행상으로 늘 시끄러웠다. 전문가보다는 '입맛'에 맞는 제 식구 앉히기가 반복됐고, 시장이나 도지사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 경질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마당에 광주시는 지난 7월 관광재단과 사회서비스원을 출범한 데 이어 내년에 에너지산업진흥원, 상생일자리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공사·공단을 포함해 광주시 산하 출자·출연 기관은 30개(26개)에 육박한다. 그만큼 시장의 인사권은 늘어나고 막강해진다.

광주시민사회단체에서는 출자·출연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확대 등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꿈쩍도 없다. 오히려 능력 있는 적임자를 중용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구태의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이나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스스로 개혁을 포기하고 있는 꼴이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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