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정 마이데이터 중계기관, 이중 규제로 '개점휴업' 우려

금융위, 서비스 범위 축소 규제
사업자 선정 기업 '이용 금지'
중계 인프라 보유 금결원 이용 못해
업계 "무늬만 중계기관 허용"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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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올 하반기 열리는 마이데이터 산업 허브 역할을 담당할 중계기관을 지정했지만 시행령 등에 강력한 독소 규제를 적용, 사실상 개점 휴업 기로에 놓이게 됐다.

신용정보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에 이들 중계기관 서비스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사실상 중계 기능을 할 수 없도록 독소 조항을 신설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금융위가 지정한 중계기관은 금융결제원, 신용정보원,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신협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코스콤, 행정정보공유센터 등이다. 업권별·유형별 데이터를 관리·유통하는 허브 역할을 전담한다. 이종산업 간 데이터도 결합하는 마이데이터 산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금융위가 최근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령 등에 이들 중계기관을 이용할 수 없도록 다수 규제 항목을 신설했다.

우선 마이데이터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은 중계기관을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금융투자회사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지방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이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신청해서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모든 중계 인프라를 보유한 금융결제원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자산 10조원 이상, 시장점유율 합산 100분의 90 이하, 회사 단독 100분의 5 이상을 점유한 곳도 중계기관을 이용할 수 없다. 자체적으로 계약하고 별도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 투자가 불가피하다. 또 신용정보회사도 중계기관 이용을 금지했다.

중소형 금융회사의 API 구축 부담 경감 등을 위해 중계기관을 지정해 놓고, 민간 자율이 아닌 이중 규제 조항을 만들어 시장에 역행하는 구조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마이데이터 인프라는 사업자 자체로 API를 구축하고 투자하는 게 원칙인 만큼 중계기관 기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팽팽히 시장에서 맞서고 있다.

한 중계기관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중계기관을 허용해 놓고 이제와서 일부 기업이 문제를 제기하자 허용 범위를 대폭 축소해 종전 오픈뱅킹과 정 반대의 규제 강화 대책을 꺼내들었다”며 “이로 인해 중계기관은 사실상 인프라를 가동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강력 규제안이 나온 것은 일부 핀테크 기업 등이 중계기관을 허용할 경우 데이터 독점화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상당수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은 데이터 효율화를 위해 중계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결국 금융위가 중계기관을 지정하는데 까지 갔지만, 역할과 활용 범위를 대폭 축소해 무늬만 중계기관 허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상당수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개별적으로 데이터 유통 등 계약을 해야한다. 또 개인신용정보 제공기관의 API 구축 운영비용이 마이데이터사업자로 비용 전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마이데이터사업의 수익사업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결제원을 비롯해 신용정보원 등 중계기관으로 지정받은 공기관과 협·단체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탁상행정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외부 공론화를 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계기관 고위 관계자는 “중계기관 이용 범위에 여러 다단계 단서조항을 통해 기능을 축소함에 따라 중복 투자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중계기관을 활용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오픈뱅킹과 정 반대 기조로 가고 있어 시장 혼선만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중계기관 자체 API를 구축 할 수 없는 중소형 사업자를 위해 만든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자는 자체 투자를 통해 API를 구축하는게 원칙이고, 중계기관 인프라를 무한정 활용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할 경우 이는 법에도 정면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표]마이데이터 중계기관 이용 금지 조항(자료:금융위원회)

정부 지정 마이데이터 중계기관, 이중 규제로 '개점휴업' 우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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