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K-팝 스타 방탄소년단(BTS)의 '방방콘 더 라이브' 콘서트에 전 세계 관객 75만명이 동시 접속하는 등 신한류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기존 5만명 정도를 수용하는 스타디움 공연 15회와 맞먹는 규모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한류 콘텐츠에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시키며 디지털공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공공부문 또한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는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평가방식'이 적용돼 연구자 안전은 물론 평가를 받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사라졌다. 영상회의를 통한 '언택트 기업설명회(IR)'에는 ICT 벤처·스타트업과 통신사, 대기업, 벤처캐피털이 함께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투자 분위기를 한껏 고무시키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세계 수요 위축과 교역 급감에 따른 경제 위기에도 원격 근무·교육, 영상회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온택트 서비스의 부상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4일 국민 보고대회를 통해 디지털, 그린, 일자리가 함께하는 '한국판 뉴딜'의 종합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디지털 뉴딜'은 풍부한 데이터를 한곳에 모은 '데이터 댐'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된 혁신 서비스를 5세대(5G)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 적용·확산, 우리 경제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디지털 뉴딜'은 코로나19 위기가 일시 현상에 그치지 않고 '뉴노멀'로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경기 부양과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함께 고려, 과거 정책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디지털 뉴딜'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는 전환의 계기가 되려면 뉴딜을 통해 다져 놓은 풍부한 디지털 토양이 무엇보다 우리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 체계 완성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디지털화를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 온택트 대표 서비스인 교육·헬스·비즈니스 영역뿐만 아니라 공연·문화, 컨벤션 산업과 같이 디지털 결합 효과가 큰 산업을 집중 발굴해서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또 전통 제조업, 에너지, 도시관리 등 산업·사회 전반에 걸친 디지털 혁신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협력 시스템과 함께 더욱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혁신의 파급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비즈니스를 촉진하는 디지털 혁신 기술 개발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지원하는 한편 6G, 차세대 AI, 지능형 반도체, 양자정보통신 등 미래 핵심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혁신 아이디어가 조기에 사업화될 수 있도록 바우처 방식을 활용한 R&D 지원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디지털 경제에 적합한 인재 양성도 시급하다. AI 대학원,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와 같은 마이스터급 창의 인재 양성과 함께 기존 재직자의 디지털 전환 재교육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K-방역'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ICT 기반 감염병, 재난재해 대응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신남방·신북방 등 신흥 시장과의 협력 체계를 확대하는 것도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토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혁신 과정에서 신-구 산업 간 갈등 조정과 디지털 격차 해소 또한 중요한 과제다. 정부를 중심으로 산업계, 국민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으는 협력·조정 체계 구축과 함께 디지털 경제시대에 적합한 법·제도 정비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ICT를 활용한 효과 높은 코로나19 대응으로 세계 모범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글로벌 선도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적기다. '디지털 뉴딜'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는 '대한민국 대전환의 힘'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하길 바란다.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seokjb@iitp.kr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