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등 떠밀면 책임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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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을 대상으로 아시아나항공·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을 매듭짓길 요청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움직였다. 고용 안정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 셈법은 복잡하다. 코로나19 장기화를 예상하지 못했고, 인수 시 발생할 수 있는 동반 부실이 걱정이다. 피인수 기업의 고용 안정이라는 정부 의도와는 반대로 더 많은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국내선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막대한 고정비를 감당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1개월 고정비는 사업 규모에 따라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른다.

일부 증권사는 아시아나항공이 항공화물운임 상승으로 2분기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 그러나 세계 교역량이 줄고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항공 사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국토부 수장이 움직이면서 뒷말도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이 추진하는 양양-김해 정기편에 국토부가 괘씸죄를 적용, 불허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다. 제주항공은 오는 22일까지 양양-김해 노선을 부정기편으로 띄우고, 이후 정기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HDC그룹과 AK그룹은 정부 눈치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결단을 내리기엔 아직 고민이 많다. 정부가 단순히 인수 금융을 지원하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결국 갚아야 할 빚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장기화한다면 부담만 커지기 때문이다.

해외 항공 시장을 보면 정부와 기업이 주고받는 게 명확하다. 미국 연방정부는 대형 항공사 대상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등은 지원 조건인 9월 말까지만 고용을 유지한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 주도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 현대전자의 LG반도체가 그렇다.

M&A의 최종 결정은 기업이 내려야 한다. 정부 개입이 능사가 아니다. 자칫 소탐대실할 수 있다. 명확한 해법이 없다면 시장에 개입해선 안 된다. 계약에 따른 잘잘못은 법원이 가려야 할 몫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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