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내년 공공조달 시장
기업 '테스트베드' 역할 수행
年 30조원 수준 구매 기대
창업기업 재정의·부작용 방지

창업기업만을 위한 공공조달 시장이 새로 열린다. 총 27조원 안팎의 규모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은 물품 등 공공구매 과정에서 창업기업 제품을 8% 이상 구매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창업기업 제품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면서 창업자의 도전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3월 창업기업제품 공공기관 우선구매 제도 관련 내용을 담은 창업지원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하위 법령에 위임한 각종 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다.

중기부는 우선 공공기관의 구매 목표 비율을 8%로 설정했다. 최근 5년간 공공기관의 창업기업 제품 구매총액 평균인 8.6%를 기준으로 삼았다. 다만 그동안은 공공 부문에서 창업기업 제품을 반드시 구매할 필요가 없었다.

중기부가 집계한 지난해 전체 공공조달 계약 금액은 약 340조3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으로 구매 목표 비율 8%를 적용할 경우 창업기업 제품 대상 금액은 약 27조2000억원이다. 공공조달 시장 규모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창업기업만을 위한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 30조원 수준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5일 “창업기업 제품을 공공에서 먼저 구매하면서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사업 초기 기업의 매출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서 “모든 공공기관이 적어도 의무 구매 비율 이상 창업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만큼 전체 구매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기부에서는 의무 구매 비율 설정과 함께 창업기업 기준을 새로 규정하기로 했다. 창업기업만을 대상으로 공공조달시장이 사실상 새로 열리는 만큼 창업기업을 재정의하는 한편 부정 입찰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창업 확인 기준은 1986년 창업지원법 제정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손질이 이뤄진다. 현행 기준으로는 폐업 이후 동종 업종으로 재창업한 경우는 창업기업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다른 기업의 공장을 인수해 새로운 아이템으로 창업한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폐업 후 창업 인정 기간을 별도로 설정하고, 동종 업종 여부 기준을 표준산업분류상의 세세분류 단위로 세분화시켜 판단하기로 했다. 연쇄창업, 재창업, 융·복합창업 등 다양한 창업기업의 제품까지 폭넓게 지원하기 위해서다. 창업기업 및 직접 생산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창업진흥원에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창업기업제품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 시행으로 정부 대상 조달 물품 공급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기회 역시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 시장에 납품했다는 실적이 있다는 사실은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바이오 분야 사례처럼 정부 조달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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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