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새로운 전기와 같다.” AI 연구자인 앤드루 응은 AI는 전기 같은 범용 기술이라고 말했다. 전기가 산업의 형태를 바꿔놓았듯, AI는 우리 사회의 질서와 업무방식, 인재 기준까지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주요 진입경로가 되는 국가기술자격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맞이하고 있다. 산업기술 변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자격제도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AI의 활용은 필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추진하는 '국가자격 출제 문항 분석 고도화 사업'은 국가기술자격의 도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사업의 중요한 혁신은 AI 기반 문항 유사도 분석 체계 도입이다. 기존 중복 문항 검토와 난이도 조정을 전문가에게 의존했다면, 이제는 문항 유사도 서버를 도입해 방대한 문항 데이터를 분석·비교하고, 중복 출제를 사전에 방지해 난이도 관리의 정확성을 높이게 된다.
현행 출제위원 육안 검토는 최대 1일 정도 소요되지만, 유사도 검사 도입으로 최대 2분 내 결과의 확인이 가능하며 신규 출제 문제는 실시간 파악이 가능하다. 출제위원의 전문성은 유지하면서 반복적이고 방대한 업무는 AI가 지원하는 구조다.
문항 자동세트 구성 시스템은 최적화 솔루션을 활용해 문제 난이도, 능력단위, 중복률, 출제기준 등 생성 조건을 계산해 적합한 문제 세트를 자동 구성한다. 문항별 산정된 득점 기댓값을 근거로 세트 간 난이도 균질화를 위한 분석 틀을 제공한다. 1분 내 최대 20세트까지 난이도 균질화 세트가 구성된다. 경험 중심의 출제 방식에서 데이터 기반의 표준화된 평가체계로 전환이다.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도 중요한 변화다. 수십만건의 문항 이력을 광학문자인식(OCR) 방법의 디지털 형태로 변환해 출제자료 전자 도서관을 구축했다. 비정형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정형화된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참고자료 입력과 관리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200페이지 자료를 3분 내에 디지털로 변환해 데이터의 신속 확보가 가능하다. 이런 데이터 자산은 향후 국가기술자격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필답형 CBT(Computer Based Test) 출제 확대는 국가기술자격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넘어선 시험 체계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CBT는 단순한 시험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평가를 가능하게 하고, 향후 개인 맞춤형 분석 등 후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AI는 인간의 일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것입니다.” AI의 대모로 불리는 페이페이 리의 말이다. AI는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는 도구이며, 기술보다 인간을 중심에 두는 설계가 미래 AI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가자격 출제 문항 분석 고도화 사업'은 AI를 통해 자격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완하며, 출제위원은 적합성 검토에 집중하는 등 출제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산업인력공단은 출제에서 채점까지, 시험접수에서 자격증 발급까지 국가기술자격시험제도 전반에 AI를 접목한 디지털 혁신 과정에 있다. 자격시험에 AI를 접목하면서 더욱 공정하고 효용성 높은 평가체계로 거듭날 것이다. 미래의 기술 강국은 결국 사람의 손에서 완성된다. AI는 그 손을 더 강하고 정확하게 만들어 주는 새로운 도구다. 국가기술자격은 AI를 만나 공공기관 서비스의 변화를 선도하며 재도약의 길을 열고 있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ceo016@hrdkore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