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세 논의가 10월로 연기되면서 올해 말 최종 결론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세계 각국서 자체 디지털 서비스세(DST·Digital Service Tax) 도입을 서두르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디지털세는 세계 차원에서 다국적 디지털 기업이나 소비자 대면 기업에 적용하는 조세 제도다. DST는 개별 국가들의 자체적 디지털세 개념이다.
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달 계획됐던 OECD의 '디지털세 핵심 내용 합의'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10월 대면회의로 미뤄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영상회의로 합의점을 모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시기를 미뤄 회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IF(137개국이 참여한 포럼)는 올해 말까지 구체화한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해 국제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개별국가가 DST를 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OECD는 고정사업장을 두지 않은 디지털 기업에 대해 매출발생국이 과세권을 갖도록 하는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올해 초 110개국은 삼성전자와 같은 소비자 대상 사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한다는 기본 골격에 합의했다. 과세율 등 세부 합의만 남겨 놓았다.
따라서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세부담 완화를 위한 세액공제 확대 등 정책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세금 부담이 늘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인도는 올해 4월부터 디지털세 명목으로 균형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사업장이 없는 글로벌 기업의 광고(6%) 및 모든 전자상거래(2%)가 세금부과 대상이다.
따라서 아시아권에서 국내 IT기업들이 활동하고 있을 경우, 중복과세 우려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밖에 DST를 발효한 프랑스를 중심으로 서유럽권은 2~3% 세율을, 오스트리아 및 체코 등 동구권은 5~7%가량 고율 DST를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DST가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 등도 DST 또는 이와 유사한 원천징수세를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이다.
또 다른 문제는 DST에 따른 세수변화를 국내 세제로 뒷받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중과세 방지 협정에 따라 해외에서 소득세나 법인세를 납부한 경우에는 국내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DST는 매출에 부과하는 간접세에 가까워 세액공제를 받기 어렵다.
만일 국내 기업이 인도 내 마스크 매출 20억원 발생했다면 전자상거래 운영당사자가 인도 과세당국에 4000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이 세액에 대해 국내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
소득세(법인세)가 아닌 매출세(Turnover Tax)이기 때문에 간접세로 묶이는 DST는 국내 외국납부세액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제도는 국제적인 이중과세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소득세(법인세), 상속·증여세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국제적 추세에 따라 정부는 디지털세 적용을 추진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개인적으론 디지털세 부과는 새로운 형태로 필요하다고 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DST 적용 가능성은 희박하다. 관세보복 등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DST에 대응해 관세보복 근거 조항인 '슈퍼 301조(무역법)'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보복관세 부과의 전 단계인 통상법상 조사를 벌였다. 디지털세를 도입했거나 검토하는 EU, 인도, 브라질, 영국, 오스트리아, 체코,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등이 대상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