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출시되는 자동차에는 운전자 편의를 돕는 다양한 주행보조장치들이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전방에 물체가 있으면 운전자에게 소리나 진동으로 경고하고, 그래도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전방추돌방지, 차선을 인식해 차로 이탈을 막는 차로이탈방지 등이다. 그밖에도 후측방충돌방지, 고속도로주행보조 등의 기능이 운전자를 도와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해준다.
이런 보조장치는 자동차의 '반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데, 자동차 기업들은 궁극적으로 모든 판단을 자동차 스스로 알아서 하는 '완전자율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물음이 떠오른다. 자동차는 어떻게 바깥세상의 사물을 인지하는 것일까.
◇자동차에도 눈이 있다
도로, 신호, 보행자 등 세상을 인지하는 자동차의 눈은 센서다. 자율주행차에 있는 센서에는 크게 세 가지다. 기본적인 장치는 단연 카메라다. 또 우리가 많이 들어본 레이더(radar)가 있고 다소 생소하지만 이마 1970년대부터 항공지도 제작 등에 활용된 라이다(lidar)가 있다.
카메라는 잘 알 듯이 차선이나 신호등 보행자 같은 정보를 광학계를 통해 영상으로 처리해 감지하는 센서다. 카메라는 전방에 있는 사람과 사물, 신호등, 차선 등의 복잡한 환경을 잘 인식하지만 역광이나 안개처럼 영상정보를 얻기 힘든 상황이 되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고자 카메라를 2개 이상 활용해 사람의 눈처럼 교통표지판을 3차원으로 인식하도록 만들고 있다.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이용해 주변 물체를 탐지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다. 전자기파를 물체에 쏘면 목표 물체에 부딪힌 뒤 다시 돌아오는 데 이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면 주변에 어떤 사물이 있는지, 그 거리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큰 배에서 360도로 돌아가는 막대를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이 바로 레이저다. 레이더에서는 전자기파 중에서 전파와 적이선 사이의 파장과 주파수를 가진 전자기파를 쓴다. 마이크로파는 파장이 짧아 직진성이 강해 발산된 파장이 그대로 직진해 물체에 도달하고 다시 그대로 반사되어 돌아와 측정하기에 편리하다.
자동차에서 레이더는 주로 차량 앞쪽이나 후측방에 장착돼 주변에 같은 차량이 있는지, 앞차와의 거리는 어떤지를 계산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따라서 자동으로 차간 거리를 맞춰주는 기능이나 사람이 있을 경우 긴급 제동을 하는 시스템 등이 레이더 덕분에 가능하다. 하지만 레이더는 마이크로파를 통해 물체의 유무와 거리만 알 수 있지 그것이 사람인지, 단순 물체인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레이더는 카메라와 함께 결합해 사용해야 한다.
◇레이더와는 다른 라이다의 특징
라이다는 레이저와 원리가 똑같다. 다만 전자기파가 아니라 레이저, 즉 직진성이 있고 멀리 전달되는 단색빛을 활용한다. 거리에서 돌아다니는 시험용 자율주행차 상단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커다란 카메라를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이 바로 라이다다.
라이다는 초당 수십 바퀴를 돌면서 빛을 사방으로 쏘았다가 다시 돌아오는 정보를 토대로 3D로 이미지를 그려낸다. 라이다는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를 사용하기 때문에 탐색 거리는 비교적 짧지만 매우 높은 정확도를 가진다. 게다가 3D로 구성한 이미지 덕분에 자동차와 사람을 구별하고 도로와 건물을 식별할 수 있다. 거의 사람의 눈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라이다는 카메라와 결합하지 않고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고가의 장비라 상용화되지는 않았으며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해 테스트 중이다.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를 모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시험용 자율주행차의 사고는 악천후 때문에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데 방해를 받거나 외부 변수로 센서의 기능이 저하될 때 발생한다. 따라서 현재 자동차 기업들은 온화한 기후에서가 아니라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센서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미리 도로정보를 포함한 초정밀지도를 자율주행차에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눈은 더욱더 좋아질 것이다.
글: 이인호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