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규제자유특구와 호모파덴스형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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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부 부산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최근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8년 동안 대한민국 직업 종류는 5236개 늘었다. 표준 직업과 관련 직업, 유사 명칭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지만 일자리는 계속 감소한다는데 직업 종류는 늘고 있다니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늘고 있는 신생 직업 종류도 다양하다. 대통령과 의사를 제치고 당당히 초등학생 최고 로망에 오른 유튜버(미디어콘텐츠창작자)를 비롯해 블록체인 개발자, 드론 조종사, 빅데이터 전문가 등이 신생 유망 직업으로 떠올랐다.

새로운 직업이 생기면 사라지는 직업도 있는 법. 산업계에서 사라지는 대표 직종은 플라즈마 영상패널 관련 직업이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비해 경쟁력이 약화된 평판디스플레이(PDP) 분야에서 생산과 관련된 직업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새로운 직업의 등장은 과학기술 발전, 인구와 사회 환경 변화, 정부 정책 및 제도 지원 등 여러 요인에서 기인한다. 특히 과학기술 발전 및 정책 지원은 신규 일자리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고, 청년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요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청년실업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고, 이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정책은 신기술 기반 신산업 일자리 창출이다.

필자는 그 해답을 드론 조종사 같은 놀이 기반 직업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호모파덴스형 인간'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특성과 본질은 물건이나 연장을 만들어 사용하는 데 있다는 인간관 '호모파베르'와 놀이에서 인간의 본질을 찾는 '호모루덴스'의 합성어로,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인간형을 말한다.

과거 상상조차 하지 못한 신종 유튜버는 호모파덴스형 직업이다. 신기술, 신산업은 물론 최근 급부상한 비대면 산업과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이 같은 놀이형 직업은 청년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로 유망하다.

필자는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열린 각종 '코로나19 대응 일자리 전략회의'에서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환경과 직업 개념을 반영한 혁신 일자리 창출 정책을 더 적극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규제자유특구 지정에 따른 신 일자리 창출과 육성을 건의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와 올해 1, 2차에 걸쳐 전국 14개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했다.

부산은 1차에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고, 현재 3차에서 블록체인 분야 추가 사업과 해양모빌리티를 규제자유특구로 추가 지정받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대표 신생 직업인 블록체인 개발자는 수요가 전 산업 분야에서 급속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해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 육성을 위한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역 차원의 통합 지원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나아가 규제자유특구에서 개발자들이 마치 게임 하듯 자유롭게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또 하나 눈여겨볼 신생 직업은 드론 조종사다. 지난달 드론 활용 촉진 및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드론법)이 시행되면서 드론 관련 규제 특례 운영, 창업 및 연구개발(R&D) 지원, 드론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드론 전문 인력 양성 등 산업 전반에 걸친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국토교통부는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어 온 도심 내 드론 활용 실증을 촉진하기 위해 드론 규제특구인 '드론 특별자유화구역'을 지정·운영할 계획이다. 특별자유화구역 신청 주체는 기초자치단체다.

부산은 사하구에서 영도구,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 기장군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해양 관광 특화 드론 특별자유화구역을 조성하면 관광과 결합한 놀이형 드론 조종사 수요도 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끼를 발휘하며 놀이와 재미를 결합한 직업을 추구하는 호모파덴스형 청년이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 쑥쑥 성장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김영부 부산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ybk@bt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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