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선언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국내 산업은 전체 생태계 측면에서 볼 때 발전보다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습이다. 여력이 큰 대기업은 투자 강화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잡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악순환에 빠져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하는 추세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국내 팹리스 기업 26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13개에 달했다. 또 순손실을 남긴 곳은 15개로 나타났다.

국내 팹리스 업체 둘 중 하나는 반도체를 설계해 팔아도 이익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영업적자를 기록한 업체수가 2018년 15곳에서 2019년 13곳으로 줄어든 점이 위안거리다.

실적악화는 회사에 위기를 불러온다. 계속된 적자로 상장폐지가 거론되거나 자금 부족으로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업체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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팹리스 업계가 흔들리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기술 및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이 꼽힌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등장으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다양한 멀티미디어 칩을 흡수, 통합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AP에 대응할 수 있었던 건 삼성전자뿐이다. LG전자도 자체 개발에 도전했지만 실패할 정도로 기술, 자본에서 모두 진입 장벽이 높았다.

국내 팹리스는 스마트폰, 자동차, IoT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이 쉽지 않았고 여기에 중국이 빠르게 진입하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한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조사에 드라이버 IC를 수출하는 회사가 많았는데, 빠르게 성장한 중국 회사가 내수 수요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던 업체는 경쟁력을 잃고, 고부가 가치 제품을 생산한 몇 개 기업만 남아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대기업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세계 1위에 도전하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9.6%며, 49.9%를 점유하고 있는 소니가 1위다. 삼성은 이미지센서 사업에 탄력이 붙어 2030년 소니를 추월하겠다고 선언했다.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도 삼성의 주력 제품이다. DDI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전환해 화면을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반도체로,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시너지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지센서 사업을 육성 중이다. 일본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브랜드도 만들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센서를 공급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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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모바일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GN1>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