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맥과 맥북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를 인텔 기반에서 ARM 기반 커스텀 칩으로 전환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에 적용된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기기 간 경계를 넘어 플랫폼 대통합 기반을 마련할 전망이다.
애플은 연례 개발자행사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연내 ARM 기반 커스텀 칩 '애플 실리콘'을 탑재한 첫 맥 컴퓨터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PC용 프로세서를 공급해온 인텔과는 사실상 결별에 이르는 수순이다.
애플 실리콘은 전력 효율과 GPU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춘 칩셋이다. 모바일 프로세서 장점인 전력 효율성과 발열 관리에 고성능 퍼포먼스를 더하는 형태다. 인텔 프로세서에서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조지 루니 애플 기술담당 부사장은 “애플은 충분한 반도체 설계 기술과 특허를 보유했다”며 “모바일을 넘어 PC 시장에서도 그 진가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맥북과 아이맥 등 노트북·PC 제품에는 인텔 칩을 적용해 왔다. 애플 생태계 장점으로 기기 간 연동성이 손꼽히지만 근본적인 아키텍처 차이로 인한 경계는 넘기 어려웠다.

반면 ARM 기반 애플 실리콘이 탑재된 맥 PC는 아이폰·아이패드와 사실상 앱 생태계를 공유하게 된다. 다양한 모바일용 앱을 맥 PC에서 네이티브로 구동할 수 있고, 맥 PC용으로 개발된 전문적인 편집 프로그램이나 오피스 프로그램 역시 아이폰·아이패드에서 사용할 수 게 된다는 의미다.
새로운 맥OS '빅 서'는 애플 실리콘을 완벽히 지원한다. 동영상 편집도구 파이널컷프로, 음원 편집앱 로직프로 등도 ARM 프로세서용으로 변환 작업을 마쳤다. MS 오피스와 어도비, 포토샵, 프리미어 등 주요 소프트웨어도 최종 변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변환 작업이 미처 마무리되지 못한 앱은 애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로제타2'로 이용 가능하다.
애플은 애플 실리콘 탑재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개발 생태계를 제공한다. 다만 아이폰 iOS와 아이패드OS, 맥OS 등 개별 OS 라인업은 유지할 방침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이제 맥이 거대한 약진을 할 때”라며 “애플 실리콘은 강력한 기능과 업계 선도적인 성능을 바탕으로 맥을 더 강하고 유용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날 아이폰을 위한 새로운 iOS 14와 아이패드OS 14, 워치OS 7, tvOS 14 등 운영체제도 대거 공개했다. iOS 14는 위젯 지원 등으로 편의성을 높였으며 자동차 문을 열 수 있는 '카키' 기능을 추가했다. 아이패드OS 14는 필기인식과 증강현실(AR) 기능을 강화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