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개발하는 것은 장르 다변화가 아니라 온라인 게임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구조적 대응입니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국내 게임 산업이 직면한 변화와 개발 조직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 온라인 게임 중심의 국내 개발 환경에서 라이브 서비스와 신작 개발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멀티 프로젝트 체제가 필수라는 진단이다.
박 대표는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6)' 대담 세션 '서로 다른 게임을 동시에 개발한다는 것'에서 “온라인 게임은 출시 이후에도 상당수 개발 인력이 라이브 서비스에 투입된다”며 “한 작품을 끝내고 다음 작품을 만드는 방식으로는 차기작 출시까지 6~7년 이상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넥슨게임즈가 다양한 장르를 개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RPG 역량을 중심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한 발은 RPG에 걸쳐놓고 다른 한 발은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형태”라며 “완전히 새로운 장르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축적한 강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용자 경험을 더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대표 사례가 '퍼스트 디센던트'다. 슈팅 게임으로 보이지만 핵심 구조는 아이템 파밍과 성장 중심의 RPG다. '블루 아카이브' 역시 서브컬처 장르 특성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본질은 RPG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최근 글로벌 게임 시장에 대해서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이용자 기대 수준이 크게 높아지면서 모든 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초대형 게임이거나, 특정 취향을 강하게 공략하는 게임이 주목받고 있다”며 “중간 지대에 위치한 게임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초대형 게임은 막대한 개발비와 위험 부담이 뒤따르고, 특정 취향 중심 게임은 사업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포트폴리오 간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장르 도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로는 개발 역량 전환을 꼽았다.
그는 “시장 반응보다 더 어려운 것은 개발자가 기존에 익숙한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 문법과 개발 문화를 익히는 과정”이라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할수록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이용자가 기대하는 품질 수준을 맞추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멀티 프로젝트 체제의 장점으로는 조직 내 경험 축적과 공유를 들었다.
박 대표는 “한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문제는 시차를 두고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며 “앞선 시행착오를 조직 전체 자산으로 축적해 다른 프로젝트에 빠르게 전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례로 모바일 게임 '오버히트' 일본 서비스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상업적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일본 이용자 성향과 시장에 대한 이해가 회사 내부에 축적됐고, 이후 '블루 아카이브' 개발 과정에서 김용하 총괄 PD가 제안한 방향성을 보다 빠르게 수용하는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대표이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게임 개발을 직접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 판단과 조율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출시가 임박한 프로젝트 옆에 주로 자리하면서 플랫폼, 퍼블리셔, 마케팅 등 PD나 디렉터가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를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며 “개발진이 보고보다 게임 개발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과제로는 장기 라이브 서비스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는 시장에 진입해 이용자들로부터 '괜찮은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 단계까지는 비교적 잘해왔다”며 “앞으로는 출시 이후 오랜 기간 사랑받는 라이브 서비스를 만드는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게임업계도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공 사례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향후 2~3년 안에 더 많은 성공 경험이 축적되고 업계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한국 게임 산업의 경쟁력도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