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부장, 이번엔 다르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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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와 만난 한 중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대표는 내내 '어렵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풀이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모든 경영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탓이다.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반 토막 날 것이라면서 또다시 '어렵다'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에게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지금 말하면 뭔가 달라지는 겁니까?”

의외였다. 당시는 정부가 국내 소부장 기업 지원 방안과 코로나19 피해 기업 구제 대책을 각각 발표해 시행된 시점이었다. 십중팔구 긴급자금 지원, 규제 완화, 인력 확보 등에 대한 보완책을 언급할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작심한 듯 이야기를 이어 갔다.

“담당 공무원은 몇 년이면 자리를 옮기고 책임자가 새로 부임합니다. 기존 업계의 의견은 대부분 '리셋'(초기화) 되죠. 어렵게 정책 수립 단계에 가도 이슈성이 떨어지면 중단되기 일쑤예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제자리걸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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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정부는 지난해 일본의 3대 핵심 품목 수출 규제를 계기로 '소부장 자립화' 정책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산업계는 지난 4월 시행된 소부장 특별법과 전례 없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좀처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정부와 산업계에서 소부장 국산화가 집중 논의됐지만 공급망이 안정되자 흐지부지된 전례를 잊지 않았다. 수없이 정책 책임자가 바뀌는 구태의연한 행정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소부장 국산화를 위한 최우선 조건은 정부와 기업의 물 샐 틈 없는 협력이다. 양 주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다면 결국 '소부장 자립'을 향한 레일에서 탈선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업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마련하고, 기업은 이에 부응해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

그와의 다음 미팅에서는 “이번엔 다르던데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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