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챈들러 경찰서에 911 구급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명료하지만 어딘가 어색한 기계음의 소리는 “애플 워치 사용자가 갑자기 쓰러졌다”면서 “반응이 없다”고 구조를 요청했다. 위기 상황을 감지한 애플워치가 자동으로 911 신고를 하고, 위도와 경도 좌표로 정확한 위치를 제공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80대 여성이 병원에서 발견하지 못한 심장질환 징후를 애플워치 심전도(ECG) 측정 기능으로 확인해서 적기에 조치를 받은 사례가 보고됐다. 이외에도 스마트워치에 탑재된 ECG 기능과 낙상 감지 기능이 사용자에게 갑작스러운 건강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소식이 하나둘 아니다.
바야흐로 스마트워치가 사람 생명을 구하는 시대다. 의료기기 관련 규제에 묶여서 입맛만 다시던 국내에서도 올 하반기에 이 서비스를 본격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애플도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휴이노 등 스타트업에 의한 제품·서비스 개발도 한창이다.
물론 여전히 과제도 적지 않다. 생명과 안전이 관련된 만큼 더 철저한 안전성 검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민감한 건강 데이터 수집과 공유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원격의료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숙고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이맘때 해외 사례와 비슷한 이유로 스마트워치 구입을 고려한 적이 있다. 고향에 있는 가까운 인척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서는 ECG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없어 구매 의사를 접어야만 했다.
올해는 다르다. 국내 시장에 걸린 빗장이 풀리면 가족과 지인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찰나의 순간에 안전장치가 돼 줄 스마트워치를 가족에게 선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