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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산업계가 움츠러들었지만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선전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올 1분기 매출은 지난 5분기 가운데 가장 높은 17조6400억원을 거뒀고,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39%나 증가한 8003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증가로 고부가 가치 제품인 서버용 D램이 불티나게 팔린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한 굴지의 기업이다. 10나노대 공정을 D램 라인에 도입하거나 극자외선(EUV) 기술로 초미세 공정 구현을 앞두는 등 '초격차' 전략으로 경쟁사들을 따돌리며 휘청이는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에서도 탄탄한 실적을 거뒀다.

이 같은 기술은 각 회사에 '고급 인력'이 포진해 있기에 가능했다. 오랫동안 쌓아 온 기술 노하우에 인력들의 밤낮없는 연구가 더해져 최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인접 국가에서 국내 고급 반도체 인력을 호시탐탐 노리는 징후가 포착돼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예로 중국 D램 업체 푸젠진화는 1년 전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대놓고 언급하면서 국내 D램 엔지니어를 빼내 가려고 시도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D램 개발의 의지가 시들해진 듯 해 보이던 푸젠진화는 지난달 다시 D램 연구개발(R&D) 경력직 채용을 공고하면서 고급 인력 모집에 나섰다. 국내 인력 채용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근 중국의 기세는 무섭다. 창신메모리(CXMT)는 17나노(㎚)급 D램 양산을 눈앞에 뒀다고 밝혔고, YMTC는 최첨단 128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고 선언했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반도체 개발 인력에 물밑에서 접근해서 높은 연봉과 근무 조건을 제시하며 국내 인력을 채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방식으로 인력들이 빠져나간다면 코로나19에도 흔들림 없던 '반도체 코리아'에 균열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반도체 기술 등 국가 핵심 기술을 해외에 유출한 경우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의결됐다.

국내 최고의 반도체 인력과 기술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법률 보호 장치와 함께 국가 차원의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