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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송금 구제 법안이 결국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매년 착오송금 금액이 늘어나 5년새 1조원에 육박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 거론되고 있지만, 계좌번호를 실수로 잘못 입력해 돈을 송금하는 '착오송금'을 구제하는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는 것이다. 작년 착오송금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혁신금융서비스까지 나왔지만, 시장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피해를 본 소비자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제도를 만들고 민병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착오송금 구제 법안'이 결국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착오송금 구제는 송금한 사람이 예보에 신청하면 예보가 송금자에게 돈을 주고 수취인에게 자진 반환을 유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모바일 뱅킹과 간편송금 등 전자금융거래가 매년 급증하면서 착오송금액이 증가한 이유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간 착오송금 건수는 40만3953건이다. 액수만 9561억원으로 1조원에 달한다. 착오송금 반환 청구 건수는 2015년 6만1278건(1761억원)에서 2018년 10만6262건(2392억원)으로 4만4984건(631억원)이 늘었다. 착오송금한 돈을 돌려받지 못한 건수는 5년간 22만2785건, 4785억원에 달한다. 미반환율이 건수 기준 55.1%, 금액은 50.0% 수준이다.

착오송금 반환이 어려운 것은 현행 제도적 이유가 크다. 현행 제도 내에서 은행은 수취인의 동의없이 송금인에게 임의로 돈을 돌려줄 수 없다. 송금인이 요청하면 타행 공동망을 통해 반환을 청구하는 형태다. 수취인이 잘못 송금된 돈을 송금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인출하거나 소비하면 횡령죄에 해당된다. 하지만 돈을 돌려주지 않는 수취인들이 있어 분쟁조정이나 재판 등을 치르기도 한다.

문제는 착오송금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착오송금 구제 법안이 20대 국회에 상정되지도 못한 데다 지연이체 제도 등 은행이 착오송금 개선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이용이 미미하다.

지연이체는 본인계좌 및 지정계좌를 제외한 계좌인 경우 지정한 시간 후 실제 자금이 이체되는 서비스를 말한다. 예를 들어 3시간의 지연시간을 등록하면 이체 후 2시간30분 동안은 이체 취소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본인이나 지정된 계좌를 제외한 모든 송금거래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이체 편의성이 낮아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착오송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혁신금융서비스도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작년 10월 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보이스피싱·착오송금 예방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했다. 이 서비스는 혁신금융 규제특례를 적용해 '수취계좌 및 휴대전화번호 명의인 일치 여부 확인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을 허용했다. 이에 송금인이 입력한 수취인 계좌와 휴대폰 번호 명의가 일치하지 않으면 경고 알람을 해 보이스피싱은 물론 착오송금까지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는 아직 어떤 금융사도 적용하지 않아 사실상 유야무야한 상황이다.

KCB 관계자는 “사회적 문제인 보이스피싱과 착오송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이스피싱·착오송금 예방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아직 시장 반응을 얻지 못했다”면서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받은 기술이 사회적 문제를 개선하도록 은행과 협의해 조속히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