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규제에 묶이고 온라인에 치인 대형마트 '생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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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대형마트가 생사의 기로에 섰다. 8년간 이어진 의무휴업 규제는 소비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대형마트 몰락을 가속화했다. 이제는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의 유통업 규제는 국내 유통산업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0.9% 줄며 5년 만에 역성장 했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14.2%나 증가했다. 온라인 쏠림 현상은 올해 코로나19 이후 한층 가속화됐다. 지난 2월 대형마트 매출이 10.6% 감소할 동안 온라인쇼핑 매출은 34.3% 늘었다. 국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유통업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9.0%로 절반까지 치솟았다.

온라인쇼핑에 고객을 뺏긴 대형유통업체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롯데쇼핑은 작년 당기순손실 8536억원을 기록했고 이마트는 영업이익이 67.4% 감소했다. 결국 롯데쇼핑은 점포 200개를 정리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단계적으로 매장을 줄여 나가고 있다.

정부의 유통산업 규제는 대형마트 몰락을 부추겼다. 2012년부터 시행된 영업시간 규제는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했고, 점포 기반 온라인 배송조차 길이 막혔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무휴업 규제로 기록한 매출 손실만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홈플러스는 일요일 하루 휴무 시 점포당 약 3억3000만원의 매출 손실이 난다고 추정했다. 전국 140개 점포 기준 연간 약 1조1088억원의 매출이 감소하는 셈이다.

유통 대기업이 규제에 발목 잡히고 온라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e커머스 업체가 틈새를 파고들었다. 쿠팡은 창업 10년 만에 매출 7조원을 넘어서며 '한국의 아마존'으로 우뚝 섰다. 직매입 기반의 로켓배송·쿠팡맨 등 새로운 서비스가 성장세에 주된 요인이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집중된 유통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도 빼놓을 수 없다.

유통업계는 유통 규제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위협적인 유통 업태로 대형마트를 꼽은 응답자는 17.5%에 그쳤고 온라인쇼핑은 43%에 달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비대면 소비시장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e커머스를 제외한 대형마트만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심각한 역차별"이라며 “소비자 편익 증진과 사업 형평성 측면에서 현행 유통업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