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핵심인 데이터의 지능적 활용은 인공지능(AI) 등 융합기술과 함께 경제사회와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존 산업과 방법에 데이터를 융합, 디지털 전환이 가속되는 데이터 시대가 된 것이다.
데이터 급증으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와 신속한 처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환경에서 연구자 개인의 노력으로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 수집과 분석 등 시간과 기회비용을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여 갈 수 있는 협업 연구와 글로벌 연대, 이를 위한 슈퍼컴퓨터 등 협업 인프라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그동안 슈퍼컴퓨터는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우주구조, 유전체 등 거대과학 및 난제 해결은 물론 기후·재난 예측 등 국민안전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슈퍼컴퓨터 기반의 데이터 생태계는 데이터 생산, 처리, 분석 및 학습 과정에서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글로벌 협력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낼 것이다.
최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세스 버클리 대표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세계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거대과학(Big Science)' 협업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보와 자원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어느 때보다도 신속한 데이터 공유와 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은 세계 코로나19 고성능 컴퓨팅 컨소시엄을 구성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세계 최고성능 슈퍼컴퓨터 '서밋'은 물론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시에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5호기 '누리온' 등 슈퍼컴퓨터가 그동안 축적한 대용량 연구데이터와 연결돼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개방과 협력, 슈퍼컴퓨터의 엄청난 데이터 처리 및 분석 능력이 결합돼 글로벌 난제 해결과 혁신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연구개발(R&D) 협업 인프라는 전문화·고도화를 통해 다양한 전문 분야 연구자와 기업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접근장벽을 낮춰야 한다.
1988년부터 30여년 동안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해 온 KISTI는 2018년 말부터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을 구축해서 4호기에서는 할 수 없던 세계적 수준의 초거대 연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초기 우주 진화 모사, 세계 최초로 10만개 이상의 원자로 구성된 나노 소재 모사, 100억개 입자로 구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암세포 모델 모사, 세계 최대 규모 난류의 정밀 열유동 모사 등 연구가 누리온에서 수행됐다. 특히 최근에는 사용자 친화적인 클라우드 기반 AI 빅데이터 분석 환경을 구축, 수요자 중심의 쉽고 편리한 컴퓨팅 서비스 제공에 노력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협업 인프라 구축이 국가 위기관리의 핵심 자원이 될 것이다. 코로나19의 해결도 국가 간 협력과 지원, 연구자 간 연대와 협업, 지식정보의 개방과 공유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
긴밀한 산·학·연 협력 체제를 바탕으로 구축된 데이터 중심 슈퍼컴퓨팅 생태계가 데이터의 생산·수집·분석·활용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의 R&D 혁신을 선도하고, 현재 당면한 코로나19 등 문제 해결과 혁신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hychoi@kisti.re.kr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