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 도입한 변경 요금 체계를 놓고 가맹업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매출에 5.8% 수수료를 매기는 정률제로 바뀌면서 기존 월 정액제 대비 비용 부담이 늘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업주들은 강한 유감을 표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면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4일 이재명 경기도 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안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힘 좀 가졌다고 힘없는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며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 되겠느냐”며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를 억제하고 합리적 경쟁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배민 광고 요금, 정률제→정액제→정률제
배달의민족 요금 체계 개편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내용이다. 월정액 광고비 위주 시스템에서 매출 기준 정률제 체계로 되돌아가는 것이 골자다. 당시 이미 전반에 걸친 요금 인상이 예상됐지만 이후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다는 논란으로 번졌다.
배민 요금 체계는 그동안 여러 차례 변경됐다. 서비스 초기에는 앱 내 '바로결제' 건에 6.47~9.5%의 수수료를 매겼다. 2015년 8월부터 '수수료 0%'를 선언하며 수수료 대신 광고상품 위주로 시스템을 전환했다.
그러나 2016년에 도입된 경쟁입찰형 광고 상품 '슈퍼리스트'가 과도한 업주 간 경쟁 과열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 2019년 3월 폐지됐다. 남은 월 정액제 광고 '울트라콜' 역시 일부 업주들이 특정 지역 기반의 광고를 무제한 구입하는 이른바 '깃발 꽂기'로 주문을 독점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배민 입장에서 주력 매출원인 슈퍼리스트가 없어진 상태에서 업주당 울트라콜 판매 숫자까지 제한하면 타격이 크다. 이 때문에 정률제 수수료 도입이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새 요금체계로 '가맹업주 부담 늘었다vs줄었다' 논란
울트라콜 같은 정액제 광고는 지출대비효과(ROAS)가 불분명하다는 한계가 있다. 같은 깃발 1개(월 8만8000원)를 구입한 업주도 지역 특성에 따라 ROAS 편차가 월 1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나타날 수 있다. 새 요금 체계 오픈 서비스는 매출 약 152만원마다 8만8000원을 지불, ROAS가 17.2배로 고정되는 효과를 낸다.
이 17.2배 ROAS가 적정 비율인지는 논란이 있다. 지난 2017년 7월 기준 배민 업주들은 1인당 월 13만원의 광고비를 들여 매출을 406만원 올렸다. ROAS 기준으로 보면 약 30배에 이른다. 이 ROAS가 최근까지 유지됐다고 가정한다면 이번 개편으로 업주들은 비용 부담 체감이 평균 1.7배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배민 내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광고비 지출이 줄어드는 업소는 52.8%다. 다만 이 업소 가운데 상당수는 ROAS 6배 이하 수준이어서 이전에도 광고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집단일 가능성이 높다. 광고비 지출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제도 개편 혜택이 적다.
반면에 광고비를 더 내야 하는 47.2% 업주는 ROAS 17.2배에서 높게는 100배 이상 효과를 봤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급상승한다. 배민 측 역시 개업 1년 이내 업소나 연매출 3억원(월 평균 매출 2500만원) 이하 업소 가운데 58%만 새 오픈 서비스 체계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머지 42%는 비용이 증가한다. 이들은 매출 여하에 따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업주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불안이 있다. 정액제에서는 울트라콜 구입 지역 및 개수에 따라 주문량 예상이 가능했지만 새 요금 체계에서는 업소가 무작위 순위로 노출된다. 상단 노출에 영향을 미치는 가중치가 있지만 세부 기준은 비공개이기 때문에 하루 매출을 운에 맡겨야 하는 셈이 될 수 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