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독식에 비례 꿈 접은 군소정당

21대 총선에 처음 적용되는 준연동형비례제 결과가 거대 양당 독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례대표를 통한 국회 입성을 노렸던 군소정당은 거대정당과의 연대와 당 통합 등을 추진했지만 지금은 흩어져 개별 생존을 모색하거나 다시 4년 뒤를 바라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출범시킨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미래한국당에 대한 군소정당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정치권의 시장지배적 거대 양당이 비례의석을 독점하면서 군소정당의 국회 진출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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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비례대표후보는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을 향해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꼼수 위장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비례위성정당은) 다양한 정당이 원내에 진입해 거대 양당에 의한 기득권 카르텔 구조를 깨고 다당제를 통한 정당간의 협상과 타협을 제도화한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소한 취지마저 정면으로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비례제 도입이 결정됐을 때만 해도 군소정당은 21대 총선 비례대표의 문이 자신들에게 열릴 것으로 봤다. 지역구 의원이 많으면 비례의석이 줄고, 반대로 지역구 의원이 적으면 비례의석이 늘어나는 준연동형비례제 특성상 정당득표율 3%만 넘기면 4명 정도 비례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계산이었다.

거대 양당이 지역구 의원이 없는 비례위성정당으로 총선에 나서면서 계산은 틀어졌다. 사실상 거대 양당이 지역구에 따른 패널티 없이 비례의석을 차지할 수 있게 되면서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군소정당 입장에서는 정당득표율 3%를 넘기기 더 어렵게 됐고, 커트라인을 통과한다 해도 배분될 의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구 의원 배출보다 정당득표율이 더 컸던 정의당은 비례위성정당에 대해 지속적으로 위법성을 지적하며 이를 허용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

군소정당은 뿔뿔이 흩어졌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으로 통합을 추진했던 보수진영은 한국경제당, 친박신당 등으로 분리됐다. 비례연대 방식을 취한 더불어시민당에서는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등이 각각 1명씩 비례 순번을 받았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다. 주류에 편승하지 못한 정당은 상호 연대를 모색하기도 했지만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거대양당 독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진력이 떨어졌다.

30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총 51개다. 이 중 이번 총선에 비례후보 등록을 확정한 곳은 38개다. 10곳 이상은 비례대표 후보 없이 이번 총선을 건너뛰게 된다. 정당간 통합이나 연대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등록후보가 5명 이하인 곳이 22개에 이른다. 준연동형비례제로 정당은 많아졌지만, 내실은 없어진 셈이다.

군소정당 관계자는 “기존 주류 정당으로 표가 몰리면서 군소정당 입지는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준연동형비례제의 취지를 살리려 했다면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 창당이 아닌 총선 이후 군소정당과 정치적 연대를 통해 국회를 운영하는 방법을 모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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