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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가 유례없는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를 포함한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주요 업체들의 금융비용이 치솟고 있다. 연간 비용으로 따지면 1조원 안팎에 이른다. 정유사는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해 원유를 한 번에 대량 수입하고 이를 순차적으로 갚아 나가는 식으로 운영한다. 최근 원유가격이 급락하면서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 고스란히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석유 수요와 국제 유가가 폭락해 올 1분기에만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 비용을 제외한 정제 마진, 재고평가손실, 환차손 등도 최악이다. 이들 악재가 겹치면서 '4중고' 상황에 빠졌다. 자칫 유가 폭락이 장기화되면 생산 기반은 물론 생태계까지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정유사는 이미 위기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산업계에서 해법을 찾기에는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한시적이라도 정유에 부과하는 세금을 면제하거나 낮춰야 한다. 정유업계가 부담하는 세금은 크게 원유 관세와 석유수입 부과금이다. 관세는 원유를 들여올 때 가격의 3%를 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칠레 등 3개국뿐이다. 그나마 산유국인 미국과 칠레는 자국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관세는 정유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석유수입 부과금은 원유 관세에 추가로 내는 준조세로, 리터(ℓ)당 16원을 내고 있다. 지난해 정유 4사가 정부에 낸 석유수입부과금은 1조4086억원에 이른다. 유가 변동과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불해 부담이 컸다. 정유업계는 예상치 못한 경영 악재로 자금 유동성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 기회에 세금정책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어렵다면 세금 납입 기간이라도 연장하는 임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