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대전의 한 회의장.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띄엄띄엄 자리 잡은 평가위원들이 대학 발표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느 때 같으면 전국에서 몰려든 대학 담당자들이 단상에 올라 사업계획을 발표했겠지만 이날엔 대형 스크린에 비춰진 영상이 대신했다. 종전에는 대학 담당자들이 20~30분 발표를 위해 이동 시간에만 몇 시간씩 들이며 평가 장소에 와야 했다. 이날은 대학 사무실에서 영상으로 연결해 발표했다. '홈그라운드'인 대학 사무실에서 발표를 하다 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교육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영상회의로 대학 평가심사를 처음 실시했다. 첫 시도에도 기대 이상의 순조로운 진행에 만족도가 높았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영상회의를 활용한 온라인 평가를 확대할 방침을 세웠다. 30분 발표를 위해 하루 일정을 고스란히 비워야 하던 대학들은 온라인 평가를 반겼다.
교육부는 지난 19일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과 25일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BRIDGE+) 사업 발표평가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교육부가 사업 평가를 영상회의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평가 보안과 공평한 환경 제공 등을 이유로 정해진 장소에서 대면 방식 회의를 고수했다. 평가위원이 모인 회의장에서 사업 참가자가 발표하고 질의응답하는 식이었다.
지난달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교육부를 포함한 대부분 정부 부처가 오프라인 평가를 연기했다. 사업이 줄줄이 연기되자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대학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브릿지+ 사업 평가는 이번이 단계 평가로 이달 초에서 이달 말로 한차례 연기된 상황이었다. 또 한번 연기하면 후속 비교평가까지 차질을 빚는다.
교육부는 이를 감안해 사업 평가를 실시하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영상회의를 이용했다.
대형 사업은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기 때문에 평가위원들은 한자리에 모였다. 그 대신 자리 간격을 넓게 유지, 방역 지침을 따랐다. 대학 담당자는 각 학교 사무실에서 정부 온나라 PC영상 회의 사이트를 연결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첫 온라인 평가인 만큼 교육부는 전날 리허설을 하는 등 만전을 기했다. 평가위원이 질문하면 대학 발표자 마이크를 통해 평가위원 목소리가 시간차를 두고 다시 전달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러한 문제를 막고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전문 민간업체도 불렀다. 질문과 답변은 순차 진행했다.
동시토론은 힘들지만 묻고 답하는 순차적인 대화는 충분히 가능했다. 이를 감안해 발표시간은 10분, 질의응답은 15분 등 기존 발표보다 다소 여유있게 배정했다.
교육부는 지난 19일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선정 평가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25일 브릿지+ 단계평가에도 도입했다.
브릿지+ 평가는 사업 참여 대학에 추가 3년을 더 지원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신규사업자까지 비교해야 한다. 향후 신규사업자 비교평가도 단계평가와 같은 조건에서 운영하기 위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도 온라인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는 온라인 평가 덕에 코로나19에도 사업을 순조롭게 추진하게 됐다. 대학은 발표를 위해 몇 시간을 이동해야 하던 부담을 줄었다.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에는 총 10개 대학이 신청했다. 서울(고려대, 서울대), 부산(동서대·동국대), 군산(군산대) 등 여러 지역 학교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각 대학 담당자는 거리에 따라 왕복 4~5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익숙지 않은 장소에서 발표해야 하는 준비까지 포함하면 하루를 올곧이 써야 했다. 브릿지+ 사업 참여 대학은 18개교다. 부산대, 강원대, 충남대, 전북대 등 지역도 다양하다.
교육부는 이날 평가가 순조롭게 마무리된 것은 물론 참여자 만족도도 높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온라인 평가를 확대하기로 했다. 발표자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임창빈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은 26일 “평가를 더 연기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온라인 발표 평가를 시도했다”면서 “기대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아 다른 사업에도 온라인 평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