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코로나19 여파' 中 디스플레이 시장 요동

인력·원자재 수급 불안정 지속
정상화 계획 수립조차 어려워
BOE·CSOT 차세대 모델 생산 타격
신규 팹 램프업 2~3달 지연 전망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TV용 액정표시장치패널 판매가 추이

# 막대한 자본과 인력,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디스플레이 굴기'를 펼치고 있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코로나19에 발목을 잡혔다. 바이러스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한 자국 정부의 이동제한 및 교통통제로 인한 인력·원자재 부족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과 주변 지역에 팹(fab)을 구축한 패널 제조사는 주요 장비와 핵심 엔지니어 투입에 애를 먹으면서 램프업(생산량 증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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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LCD·OLED 생산 차질

중국 패널 업체들은 지난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이어진 춘절 기간 급락한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중국 정부는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대도시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춘절 연휴를 연장하고 자국민의 외출 및 이동을 통제했다. 이에 따라 명절을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갔던 근로자들이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현지 디스플레이 팹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BOE가 우한에 구축한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팹 램프업이 지연된 것은 물론 다른 현지 공장 가동률은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BOE는 당초 올 1분기에 월 3만장가량 양산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월 1만장 규모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오는 3분기 가동 예정인 차이나스타(CSOT)의 10.5세대 공장 T7도 코로나19 사태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3월 이후 소재업체 생산이 지연되고 물류 이동 제한이 장기화되면 공급 물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CSOT가 우한에 세운 플렉시블 OLED 패널 공장 'T4'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중국 정부의 우한 봉쇄에 따라 인력과 부품 수급 어려움이 지속하는 데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어 장비 반입 등 중요 이벤트 일정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로자 모집을 계속해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공장 가동률을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아 현지 교통 통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인력은 물론 원자재 확보에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초 우한 소재 패널 제조사들은 2월말까지 공장 가동률 50%를 회복하고, 3월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현재는 이 같은 계획 자체를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韓 장비 협력사에 계약 연기 요청

생산 차질에 부딪치게 된 주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는 한국 장비업체들을 대상으로 장비 공급에 관한 계약 일정 변경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기존 2~3월 종료 예정이었던 신규 장비 공급 계약 기간을 올 하반기까지 연장했다. 현지 코로나19 확산으로 팹 운용 일정이 틀어지자 장비 반입 시기를 조정하기 위해 내린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국내 장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각 패널 제조사의 생산라인 가동 일정이 딜레이(지연) 됐다”면서 “주요 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14일 격리, 입국 제한 등을 감안해 장비 반입 일정을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를 비롯해 티엔마, HKC, 디엠에스 등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잇달아 한국 장비 협력사에 계약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디엠에스, 필옵틱스, 에스엔유, 아이씨디, 디바이스이엔지, 에스에프에이, 참엔지니어링 등 각 업체별 협력사는 고객사와의 계약기간을 수개월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장비업계는 중국 고객사의 계약기간 연장요청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고객사 팹에서의 장비 반입이 늦춰지는 기간 만큼 대금 지불 시기도 뒤로 미뤄지기 때문이다. 수십억~수백억원 계약금이 일정 기간 묶여 자금 흐름이 막히면 인건비,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장비업체 관계자는 “중국 현지 패널 업체들도 완제품 고객사로부터 서둘러 제품을 납품하라는 압박을 계속 받고 있다”면서 “현지 주재원으로는 신규 장비 셋업과 튜닝을 대응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 핵심 엔지니어를 파견해도 중국 정부의 격리 조치 때문에 발이 묶이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코로나19 여파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모든 신규 디스플레이 팹의 램프업이 당초 계획보다 약 2~3개월 지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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