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사실상 제로금리를 선언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금리가 회귀한 셈이다. 앞으로 연준이 금리인하 정책을 펼칠 여지가 줄어든 것이어서 유동성 확보와 실물경기 침체 방지를 위한 추가 재정정책에 이목이 집중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은 이례적으로 일요일 오후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한 2008년 12월 수준이다. 당시 연준은 금리를 0.00∼0.25%로 인하하고 2015년 12월까지 약 7년간 이 기조를 유지했다.
연준이 오는 17일 열리는 정례 FOMC를 불과 이틀 앞두고 깜짝 긴급회의를 연데다 무려 1%포인트(100bp)의 '빅 컷'을 단행한 것은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강력한 조치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달에만 연준은 총 150bp를 인하했다.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도 발표했다. 5000억달러 규모 국채와 20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등 최소 7000억달러 규모 자산매입도 단행키로 했다. 이 외에 은행 지급준비율을 0%로 낮추고 은행 긴급대출금리도 0.25%로 1.50%포인트 내렸다.
연준은 “경제가 코로나에 의한 최근 사태를 극복하고 최대 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S&P500 지수선물은 4.75% 떨어졌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예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향후 자산매입 규모와 회사채 종류를 확대하거나 정부의 재정확대가 나온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또 “장기적으로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라며 “은행이 연준에 맡긴 돈 일부가 시중에 풀려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에너지 부문 압박으로 금융환경이 눈에 띄게 긴축되고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고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중대하게 봤다”며 “연준 스스로 국채와 MBS 시장 유동성 부족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언급한 것 자체가 이를 반증한다”고 해석했다.
또 “이번 연준의 선제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표. 과거 양적완화(QE) 기간과 규모 (자료=Fed, 하이투자증권)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