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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와 화웨이 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다양한 혐의를 제기하고 화웨이가 이를 반박하는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결정적 한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판세를 장악할 '스모킹건'이 없는 싸움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법무부는 화웨이에 대한 기소장을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법무부가 추가로 제시한 혐의는 총 16개다. 미국 기술업체의 영업기밀을 탈취하고 부정부패조직범죄방지법(RICO) 위반했다는 혐의를 넣었다. 이란, 북한 등 미국 경제 제재를 받는 국가와 거래했다는 혐의도 포함시켰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1월, 금융사기, 기술 절취 등 13개 혐의로 화웨이를 기소했다.

그러나 화웨이는 방대한 혐의에도 불구하고, 추가 제시한 혐의 내용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 결정적 증거 또한 충분치 않다고 반박했다.

화웨이는 “미국 법무부는 이전에 이미 종결된 민사 사건을 형사 사건으로 다시 기소했다”며 “정치적 동기가 부여된 선별적 법집행이며 통상적 사법 관행에도 어긋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관리를 인용, 화웨이가 백도어를 통해 글로벌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은밀하게 접속할 수 있고 관련 증거를 지난해 말 영국과 독일 등 동맹국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또한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화웨이가 독일 도이치텔레콤, 영국 보다폰 발표를 인용, 장비 관련 보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파급력이 반감됐다.

화웨이도 미국의 계속되는 공세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 기소, WSJ 보도 내용에 대한 반박이 원론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MWC 2019에서 스페인 정보보안 평가 기관 E&E과 5세대(5G) 이동통신 신뢰성 입증에도 나서봤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E&E는 정보기술(IT) 장비 보안 검증 절차를 규정한 국제 규격(ISO 15408)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CC 인증'을 진행하는 기관이다. 화웨이는 CC 인증 취득으로 보안 관련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특정 국가에서 요구하는 보안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에 부딪쳤다.


미국 정부와 화웨이 모두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양측 공방전에 정치·경제적 이유가 반영돼 있다는 방증으로, 공방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을 높아지는 배경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