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84>여성 과기인력 적극 조치, 민간으로 확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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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은 '세계 여성과학자의 날'이다. 2015년 유엔 총회에서 이 날이 세계 여성과학자의 날로 채택됐다. 여성 과학자가 세계 과학기술과 인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서 역할을 인정받고 국제 지원을 통한 지속 성장 기회를 보장 받았다는 것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2015년 유엔은 향후 15년간 수행할 목표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2030 어젠다(SDGs)'를 채택하면서 빈곤·기아 해결, 건강·복지 증진, 지역·국가간불평등 완화, 포용적 경제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 등 주요 목표를 해결할 동력으로 과학기술의 힘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 세계가 여성과학기술 인재 양성 및 지위 향상에 투자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여성 과기 인력에 대한 관심은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인 흐름이다. 우리나라도 2017년 한미정상회담 후속조치 일환으로 '제1차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을 개최해, 양국의 경제협력관계 발전을 위한 민간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분야에 어떻게 여성역량 강화를 이뤄낼 것인가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2002년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활용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 국가 차원에서 여성 과기인력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중·장기 정책목표 및 방향을 담은 5년 단위 기본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 오고 있다.

그 결과 여학생의 이공계 유입이 확대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여학생 이공계열 입학률은 2008년 29.3%에서 2018년 33.3%로 높아졌다.

특히 연구분야 여성 인력 진입을 위해 채용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비율을 달성한 것이 고무적인 성과라 하겠다.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공공연구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신규로 채용하는 인력 중 여성 과기인을 일정비율 이상 채용하는 채용목표제(2001년)와 여성 승진목표 비율을 권고하는 승진목표제(2007년)를 한시적으로 도입해 추진해왔다. 2017년 신규 채용 비율 30.4%로 목표 비율을 넘어섰다. 직급별 승진목표 비율도 선임급 20.7%, 책임급 13.6%로 목표를 달성했다.

여학생의 이공계 유입이 확대되고, (공공부문 한정이지만) 과학기술 분야 신규 채용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 과기인 보직자 비율이 10% 미만에 머무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여성 과기인력 채용·승진목표제에 이어 재직·보직목표제 도입을 발표했다. 여성 인력 채용·승진이 성과를 거둔 만큼 재직과 보직에도 목표 비율을 두어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매우 반색할 일이다. 정부출연(연)은 정책적 개입이 없는 경우 재직·보직비율이 30%에 달성하는데 대략 2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때문에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을 통해 10년 안에 이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며 관계 부처가 세부 시행 방안을 마련 중이다.

반면에 지난 10년간 민간기업 정규직 채용 추이를 보면 민간기업 14.3%로 공공연구소 23.1%보다 낮다. 민간기업은 정책적 개입이 곤란한 점이 있지만 적극적으로 우수한 여성인력을 채용하고, 사내 여성 재직자 경력성장과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글로벌 기업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도 여성재직자의 지속적인 경력성장을 위한 재직자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여성이 리더급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만큼, 재직자 멘토링을 원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런 수요를 반영해 사회 초년생과 중간급 재직자에게 고경력 재직자의 직무경험을 나눠주고 정기적인 네트워크를 마련해주고 있다. 지난 IT업계 멘토링(Women@IT)를 시작했고, 올해 6월 BT분야 멘토링을 준비하고 있다.

경자년 새해가 밝은지도 한 달여가 지났다. 흰 쥐는 예로부터 다산과 풍요, 번영을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생성의 해에 공공부문에서 추진되는 적극적 조치의 선 사례가 민들레 홀씨처럼 민간으로 확대되길 바라본다.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hyahn@wis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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