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의 증권업 진출을 놓고 기존 증권사 대부분은 일단 두고 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사용자를 기반으로 해 확보 가능한 잠재 고객이 많은 것은 분명 긴장할 만한 요소다. 하지만 기존 중대형 증권사를 위협할 정도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증권 서비스 때문에 당장 영향을 받을만한 곳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 정도로 보인다”며 “기존에 사용해온 트레이딩시스템을 잘 바꾸지 않는 사용자 특성상 기존 고객을 뺏어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 대상 브로커리지(온라인 중개) 수수료 수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이 분야 비중이 높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2061억원 중 브로커리지 수익을 담당하는 리테일총괄본부가 1046억원을 차지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전체 이익에서 리테일 부문 수익이 약 10~30%가량 차지하는 것에 비하면 이 분야 의존도가 상당하다.
카카오페이가 인수한 바로투자증권이 기업 금융에 특화된 증권사라는 점도 경쟁사들이 약점으로 꼽는 요소 중 하나다. 키움증권은 2000년 설립 후 오랫동안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하면서 개인고객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키움증권의 개인투자고객 점유율은 3명 중 1명 꼴이다.
카카오가 특유의 쉽고 감각적인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을 앞세우지만 기존 경쟁사 고객을 뺏어올 만큼 강력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기존에 주식 등 증권 서비스를 하지 않거나 금융상품에 장벽을 느끼는 젊은층을 유입하는 효과는 기대해볼만하다.
증권가는 카카오페이가 증권업 진출 후 고금리를 내세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 등으로 금융고객 확보에 나설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 시도를 함으로써 증권업에도 메기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카오는 과거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면서 대출금리 인하를 실시해 업계에 메기 효과를 일으킨 적이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