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증권업 시장에 공식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2300만명 사용자를 보유한 카카오발 태풍이 시작될 전망이다. 5일 금융위원회가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자격 심사를 최종 통과시킴에 따라 국내 증권업계 지형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7년 4월 카카오의 핀테크 자회사로 출범한 카카오페이는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금융 플랫폼을 목표로 약 5년 만에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안착시켰다. 국내 처음으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개시했고 이후 온·오프라인 결제, 송금, 인증, 청구서 등 기존에 불편했던 금융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카카오페이는 누적 가입자수 3000만명을 돌파했고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는 1900만명(2019년 8월 기준)을 넘어섰다. 거래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22조원 규모를 형성했다.
다양한 생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며 크고 작은 생활 속 변화를 끌어냈고 거래액도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실적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페이 매출이 2018년 660억원에서 지난해 1500억원대 수준으로 급성장했다고 분석한다. 올해 2000억원 돌파 가능성을 점친다.
영업이익은 출범 이후 빠르게 인력을 확충하고 연구개발을 집행하면서 적자를 기록해 왔다. 올해는 오픈뱅킹이 시행되면서 매 분기 100억원대였던 송금 수수료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매년 수백억원대였던 영업적자 폭이 수십억원대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핀테크를 앞세운 특유의 간편 서비스를 증권업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카카오페이는 그동안 카카오페이 애플리케이션(액)에서 결제, 송금, 인증, 투자 서비스를 선보였다. 공인인증서를 이용해야 하는 기존 은행권 서비스 불편함을 없애고 금융 서비스에 필요한 단계를 최소화해 쉬운 서비스를 구현함으로써 단기간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새롭게 진출한 증권업에서도 쉬운 서비스를 앞세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약 400억원에 인수해 증권 서비스 기반을 마련했다. 바로투자증권은 기업금융에 특화한 중소형 증권사다. 다양한 금융 상품을 판매·중개하며 금융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함으로써 기본 증권 IT인프라도 빠르게 확보했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증권업 진출을 시작으로 새로운 수익 확보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봤다. 그동안 간편결제 기업 대부분이 거래액 대비 수익이 적어 성장한계 문제가 거론됐는데 이 같은 구조를 벗어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우선 카카오페이는 그동안 여러 금융사와 제휴해 체크카드, 환전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왔으나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금융상품을 직접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투자 중개와 금융상품 판매로 영역을 넓히면 자연스럽게 수익이 증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식을 거래하려면 자금을 예치할 수 있는 계좌가 필수다. 업계는 카카오가 증권사 인수 후 가장 먼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이용자를 중심으로 수신액을 늘려야 기본 주식 서비스 사용자 기반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파격적인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CMA 서비스를 우선 선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최근 하나은행이 5%대 파격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을 한시적으로 선보여 소비자가 몰린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쉬운 금융 서비스와 파격 금리 혜택을 내세운다면 증권 사용자는 물론 새로운 카카오페이 사용자를 더 유입하는 효과까지 누릴 가능성이 있다.
기존 카카오페이 서비스와 시너지도 모색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사회 초년생, 대학생 등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젊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소액 기반의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카드, 증권, 은행 등 기존 금융권과 맺은 파트너십을 더해 자사 플랫폼의 차별화 강점을 더 부각할 수 있는 분야로 영역을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비대면 모바일 서비스 수요가 커지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자산관리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이제 막 증선위 최종 심의를 통과한 만큼 구체 사업전략을 하나씩 실행해 나갈 것”이라며 “카카오의 핀테크 강점을 앞세워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차별화하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