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15년 후인 2035년부터 휘발유·경유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차량 구입을 금지한다. 영국 정부는 당초 2040년부터 휘발유 및 경유 차량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었지만 기후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이를 앞당겼다.
4일(현지시간) BBC 방송,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 개최 준비 행사에 참석해 이같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COP 26 행사는 오는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다. 사전에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2035년부터 휘발유와 경유차 판매를 금지하되, 가능하다면 이 시기를 더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하이브리드 차량도 판매 금지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친환경차로 분류해 각종 지원 혜택을 주는 우리와는 크게 상반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 개별소비세 감면에다, 90만원까지 취득세를 지원한다. 여기에다 전국 공용주차장 이용료 50%를 할인해 주고 있다.
영국은 2035년부터는 배터리 전기차(BEV)와 수소전기차(FCEV) 판매만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영국은 이같은 규제를 2040년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다. 영국은 주요 7개국(G7) 중 최초로 2050년 순 탄소배출 제로(0)를 선언했다.
영국 정부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을 금지할 경우 2050년 이후에도 여전히 이들 차량이 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판단에 시기를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존슨 총리는 “COP 26은 영국은 물론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영국은 2050년 순 탄소배출 제로 계획을 내놨고 다른 나라들도 이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구를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책임은 없으며, 영국이 이보다 더 자랑스러워할 만한 사명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내놓은 영국 정부 계획은 의견수렴 과정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는 그러나 불과 15년 안에 휘발유 및 경유는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금지하는 것은 너무 급격한 변화라며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서 판매된 전기차(BEV)는 3만7850대로 전년 대비 144% 급증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난해 판매 차량 중 1.6%, 영국 전체 차량의 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랜트 섑스 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배터리 전기차는 15분마다 1대가 팔렸지만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기를 원한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휘발유 및 경유 차량 금지를 앞당기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