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사업 부진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반도체 사업은 2018년까지 호황을 누렸던 것과 대비되면서 실적 부진이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전년 대비 30조원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반도체는 전사 실적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전사 실적 역시 급락했다.
올해는 다시 도약을 노린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 반등에 대한 신호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5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성장세를 보였던 네트워크 사업은 지속 확대하고, 스마트폰 사업은 폴더블 등 고부가 제품과 중저가 라인업을 모두 강화하는 전략을 편다. QLED 8K와 초대형을 앞세운 TV사업, 라이프스타일 가전 등은 지난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DS, 메모리 호조+고부가 패널 확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메모리 불황기를 겪으면서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데이터센터와 5G 스마트폰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현재 삼성이 공을 들이는 파운드리 사업도 극자외선(EUV) 7나노, 5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고객사를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14조200억원이다. 2018년 영업이익 44조5700억원보다 68.54%나 감소했다. 반도체 영업이익 급감은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곳곳에서 반등 신호가 나타난다.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시장 회복세가 나타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와 세계 모바일 제조사들의 5G 스마트폰 출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3조4500억원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분기별 실적 하락의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 콜에서 상반기 내 D램 재고 정상화와 함께 견조한 실적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고, 낸드플래시는 이미 저점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회복 움직임에 따라 신규 설비 투자에도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연간 D램 시장 수요 빗그로스(메모리 용량을 1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은 10%, 낸드플래시는 20%를 성장할 전망”이라면서 “삼성전자도 시장 수준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가 힘을 쏟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도 첨단 공정을 기반으로 고객사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지난해 부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 31조500억원, 영업이익 1조580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과 비교해 매출은 4.4%, 영업이익은 39.7% 줄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부문은 라인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비용이 증가한데다 일부 프리미엄 수요가 줄면서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면서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는 시장 경쟁 격화에 따른 공급 과잉이 판매량 감소와 판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적자 폭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중소형 패널 사업에서 일부 고객사 수요 감소가 라인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 패널 부문에서는 계절적 비수기 속 매출 정체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는 올해 중소형 패널 시장 경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5G 스마트폰 등 프리미엄 휴대폰 교체 수요가 늘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한편 폴더블 등 신규 수요에 대응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형 패널 사업에서는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적자를 예상했다. 패널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생산거점 'Q1' 구축 비용이 수익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형 패널 사업에서 신규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초대형 및 8K 초고화질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최 상무는 “중장기적으로 LCD 사업을 QD디스플레이로 전환할 것”이라면서 “시장 요구와 회사 경쟁력 등을 반영한 전환 일정에 맞춰 초대형 TV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M, 5G·폴더블로 혁신 지속
IM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107조2700억원, 영업이익 9조270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대비 매출은 6.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8%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정체와 중저가폰 경쟁 심화로 수익률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선방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1일 공개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와 폴더블 신제품 출시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 다만 판매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 키워드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폴더블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스마트폰 라인업에 5G 채택을 확대하고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신규 디자인을 적용해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5G폰은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 모델로 확장, 폭넓은 가격대를 확보한다. 시장 요구에 기반한 최신 기술을 빠르게 적용해 대중 시장에 대응하는 제품 경쟁력을 지속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제품 최적화와 함께 초고품질 콘텐츠, 게임, 증강현실(AR), 커뮤니케이션, 컴퓨팅 경험 측면에서도 5G를 통한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비중은 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제한된 물량에 한해 진행한다. 지난해와 동일한 운영기조를 유지하면서 품질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위탁 업체와 지속 협력한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슈퍼 프리미엄 제품'으로 모바일 시장 주요 카테고리 안착에 기대를 걸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 확대에 따른 제품 믹스 향상으로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
이종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무선기획팀 상무는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 생산량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제품 증산을 위한 캐파 확장을 진행 중”이라면서 “디스플레이와 디자인, UX(사용자경험) 측면에서 완성도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장비 사업은 미국, 중국 등 5G 본격 상용화에 돌입한 해외 시장에서 기대를 엿본다. 대규모 5G 망 구축 계획을 밝힌 미국과 중국, 올림픽 개최에 맞춰 상용화를 준비 중인 일본 등 해외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CE, TV+가전 상승세 올해도 이어간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지난해 매출 44조7600억원, 영업이익 2조6100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TV와 가전 사업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TV 사업은 QLED와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실적이 증가했다. QLED TV는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판매량을 달성했고, 특히 75형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QLED 8K TV를 중심으로 초대형과 라이프스타일 TV 등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해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차세대 TV인 마이크로 LED도 올해 하반기 가정용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를 노린다.
올해는 도쿄 올림픽, 유로 2020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만큼 작년 대비 TV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프리미엄 시장에서 리더십도 더욱 강화해 15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생활가전 사업은 4분기에 비스포크 냉장고, 대형 건조기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전년 대비 실적이 증가했다.
올해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가전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시스템 에어컨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강화하고 온라인을 통한 판매도 늘려갈 방침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