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우리나라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13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 늘었다. 우리나라 수출은 2018년 12월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내내 마이너스 늪에 빠져 있었다. 모처럼 수출 상승 전환 소식이 반갑다.
이달 초 수출은 우리나라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제품의 동반 상승 덕이 크다. 반도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5%, 석유제품은 30.6% 각각 증가했다. 반도체·석유제품은 지난해 첫 번째와 다섯 번째로 수출액이 많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이다. 주력 품목 수출이 상승세로 전환되면 연간 수출 실적도 개선될 여지가 크다.
올해 연간 수출 전망도 밝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3.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2.7%), 산업연구원(2.5%), 현대경제연구원(2.3%)도 올해 수출이 지난해 대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 3% 성장을 목표로 내세웠다. 세계 통상 환경 안정화로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렸다.
그러나 올해 세계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패권 경쟁으로 유발될 지정학상의 위험이 변수다. 미국과 중국은 이달 제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했지만 화웨이 제재 등 첨단 기술 쟁점에 대해서는 합의를 유보했다. 고조되는 미국과 이란 갈등은 언제라도 뇌관화할 가능성이 짙다. 이외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홍콩 민주화 운동 등 요인은 세계 경기를 요동치게 할 수 있다. 대외 경기 변동성이 취약한 우리 수출 실적이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단기 수출 성과와 함께 장기 수출 경쟁력을 갖추는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 수출은 중국·반도체 경기에 의존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 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24.9%,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17.3%로 비중이 크다. 이 같은 수출 구조는 2018년 역대 최대 수출 실적 견인에 일조했지만 지난해와 같이 대외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안정된 교역 구조를 갖추기 위해 수출 지역·품목 다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장기 연구개발(R&D) 정책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매달 수출 실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의연하게 장기 수출 경쟁력을 다듬어 가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