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커넥트' 밀어주기에 자토바이 양산…뿔난 정규직 기사들. 배민 책임론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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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라이더스 서비스 이미지.

우아한형제들 일반인 배달 '배민커넥트'의 시스템 허점을 이용한 꼼수 배달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운송 수단을 자전거로 등록하고 실제로는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이른바 '자토바이'족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유상운송 보험료는 부담하지 않으면서 콜 배정이 유리한 점을 이용, 단거리 콜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기사들이 '생태계 교란종'이라며 박탈감을 호소하면서 배달의민족 정책 변경에 따른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 플랫폼에서 자토바이족 배달기사가 지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토바이 기사는 배달통 종류가 다르고 만 26세 미만은 지원할 수 없어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다. 최고 시속 25㎞ 속도 제한을 푼 불법 전동킥보드 '킥토바이' 기사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이 대량 유입되면서 기존 기사들은 콜 배정 불이익과 수익 감소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규직 배민라이더스 기사를 그만두고 자토바이로 넘어간다는 기사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토바이 배달기사 A씨는 지난 1일 기준 하루 22만4100원의 수입을 올렸다. 배달 건수는 37건, 운행 거리는 56.7㎞를 기록했다. 건당 평균 1.5㎞ 수준의 단거리 콜만 수행하고도 단가는 6000원으로 2배 이상 높았다. 베테랑 기사가 각종 배민커넥트 지원 프로모션을 적용받으면서 주급 130만원의 고수익을 올린 사례에 해당했다. 통상 배달대행 건당 수수료는 3000원 안팎이다.

배민이 지난해 말 도입한 '시간제 이륜차 보험' 정책이 자토바이족 확대를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지적됐다. 유상운송 시간에만 적용되는 이 보험은 오토바이 배민커넥트 기사에게 시간당 1770원의 보험료를 의무 적용한다. 하루 10시간 20일 근무 기준 한 달에 약 35만원이 든다. 연간 수천만원이 드는 개인 종합보험보다는 싸지만 부담이 크긴 마찬가지다. 자전거로 운송 수단을 등록하면 이 비용도 고스란히 수입으로 가져갈 수 있다.

자전거, 전동킥보드를 운송 수단으로 등록한 커넥트 기사도 8일부터 보험 적용이 의무화된다. 그러나 보험료가 10분 단위로 책정되는 데다 1시간에 380원 수준으로 이륜차 대비 부담이 매우 적다. 자토바이 운행 중 사고가 나면 문제가 커진다. 약관 위반으로 보험금 지급이 거부될 확률이 높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교육 시점에서부터 운송 수단을 등록한 것과 다르게 운영할 경우 책임을 묻는다고 안내한다”면서 “(자토바이) 건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자전거로는 불가능한 시간대 처리가 나올 경우 적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달기사 주장은 다르다. 늘어나는 배달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배민 측이 문제를 방기한다는 것이다. 한 라이더는 “B마트의 경우 절반 이상의 기사가 자토바이로 추정된다. 4차례 신고를 넣었지만 여전히 활동한 사례도 봤다”면서 “배민 입장에서는 배달 물량을 빨리 해결해야 하니 문제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1월 론칭한 'B마트'의 경우 최근 전담 라이더를 선발하면서 대상을 배민커넥트 기사로만 제한했다. B마트는 조리 지연으로 인한 가게 대기 시간이 없고 3건까지 묶어 수행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배민라이더스 기사들은 이 역시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규직 배달기사 숫자를 최소화하고 대부분 기사를 플랫폼 노동자로 대체하기 위한 전초작업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배민커넥트 신규 유입 기사에게 콜을 몰아 주는 정책도 불만을 사고 있지만 배민 측 대응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매년 적자폭이 늘어나고 있다. 2017년 9억원, 2018년 29억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늘어난 운영 규모와 보조금을 고려할 때 누적 적자는 100억원 규모로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라이더와 소통이나 충분한 설명 없이 추진해 이해가 되지 않는 정책이 많다”면서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으로 시장 지배력이 확대된다면 이런 우려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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