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AI노믹스 산업지도]AI 경제가 열렸다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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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서비스가 국내에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스피커나 TV 셋톱박스에 적용됐다. 이제는 자동차 내비게이션·반자율주행이나 로봇, 의료기술, 아파트·제조·생산 시스템까지 적용 분야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AI는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활용 범위는 무한으로 넓어진다. AI는 기존 산업에는 혁신을 불러오고, 미래 신산업을 창출하는 성장엔진으로 주목된다.

최근 KT경영경제연구소가 발간한 '2020 빅 체인지'를 보면, 미래사회 '빅 체인지'를 견인할 2대 기반 기술로 AI와 5세대(5G) 이동통신을 꼽았다. AI가 창출할 2030년 한국 경제적 가치를 약 540조원으로 추산했다. 연구소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추정한 한국 경제성장률은 연 2.3% 수준이지만 AI를 적극 수용한다면 이보다 1.6%포인트(P) 상승한 3.9%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시대가 시작됐다. 세계적으로도 AI가 붐이다. 미래에는 AI가 국가경쟁력까지 좌우할 것이다. 주요국은 AI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AI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글로벌 AI 플랫폼 기업을 앞세워 AI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은 '차세대 AI 발전규칙'에 따라 산업별 AI 특화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AI 전략 2019'에서 산업 활력 제고와 고령화 문제 해결 수단으로 AI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독일은 'AI 육성전략'을 통해 제조 분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AI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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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도 최근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최대 455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AI 국가전략은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를 비전으로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AI를 통한 지능화 경제 효과 최대 455조원 창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30위인 삶의 질 영역도 10위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에 △세계를 선도하는 AI 생태계 구축 △AI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 △사람 중심의 AI 구현 등 3대 분야 아래 9개 전략과 100개 실행 과제를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AI 생태계 구축에는 AI 인프라 확충과 AI 반도체 기술 확보 방안도 담겼다.

새해 AI 분야에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로드맵'을 수립해 규제 혁신을 꾀하고 '미래사회 법제정비단'(가칭)을 발족해 분야별 법제도 정비할 예정이다.

AI는 정보기술(IT) 분야는 물론이고 금융·자동차·교육·의료 등 전 산업 분야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업종을 불문하고 본격적인 AI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AI에 가장 적극적인 건 통신업계다. 통신업계는 AI를 기업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통신업계는 AI 스피커를 통해 이미 AI 기술 대결에 돌입했다. 사용자가 AI 스피커에 음성으로 지시를 하면 AI는 이를 알아듣고 이행한다.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누구(NUGU)'를 티맵 내비게이션과 NH농협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 'NH올원뱅크'에 탑재했다. 이 서비스는 터치 없이 음성만으로 송금이나 계좌이체 등이 가능하다. KT는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아파트·호텔 등에 적용하고 있다. 호텔에서 객실 내 기가지니 단말기에 말을 걸면 로봇이 용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LG유플러스의 AI 서비스는 사물인터넷(IoT)과 연동해 20여종 가전제품을 말로 제어하고 날씨·뉴스·교통 등 콘텐츠를 들을 수 있다.

AI 열풍은 포털 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네이버의 AI 기술은 이미 다국어 번역, 뉴스 기사 자동 배치, 야구 경기 자동 편집, 손 글씨 제작 등으로 구현했다. 네이버는 새해에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AI 연구 벨트' 조성에도 나선다. 한국·일본을 시작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거쳐 AI 연구소 '네이버랩스 유럽'이 있는 프랑스까지 하나의 벨트로 묶어 미국·중국 기술 패권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도 연말 AI 담당 사내 독립기업(CIC)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란 이름의 별도 회사로 떼어 내는 등 AI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카카오톡을 활용해 중소상공인도 쉽게 쓸 수 있는 AI 챗봇(대화 로봇)을 내놓는 등 AI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AI 기술은 환자 정보를 기록하는 의료 서비스부터 영상 판독, 암 진단에 이르기까지 의료 분야 곳곳에 활용되고 있다. 환자의 흉부 엑스선 영상을 판독해 폐렴을 진단하거나 혈액검사를 분석해 패혈증을 예측하는 AI 기술은 이미 임상에서 쓰이거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올해부터 흉부 엑스선 검사 영상을 보고 폐암이 의심되는지를 알려주는 AI를 도입했다. 대장암 환자의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해 정확한 병기를 진단하고 예후(병의 진행상태)를 예측하는 AI 개발에도 성공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AI를 통해 초기 암으로 국소부위에 생기는 조기 위암을 발견하고, 분당서울대병원은 뇌 자기공명영상(MRI) 영상의 '질감(texture)'으로 알츠하이머병 발생 가능성을 판단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전 산업 분야에 AI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최근 이세돌 9단이 국산 바둑 AI '한돌'과 맞붙은 은퇴 대국은 국산 AI 기술의 현주소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미국 AI 기술 수준을 100%로 봤을 때 우리나라 기술은 81.6%, 기술 격차 기간도 2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90%), 중국(88%), 일본(86%)와 비교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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