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전방위 소송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라는 악재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소송전은 업계 최대 이슈였다. 소송전은 LG화학이 지난 4월 인력유출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하며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은 6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국내 법원에 내고 9월 ITC 등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도 특허침해 맞소송을 걸었다. SK이노베이션은 10월 국내 법원에 소 취하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전격 회동하기도 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ITC 소송은 내년 상반기 예비판결, 하반기 최종판결이 날 예정이다. LG화학은 ITC에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한 상태다. 결과에 따라 우위가 갈리면 양사 합의로 소송을 취하하거나 포괄적 라이센스 협약을 맺을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 잇따른 ESS 화재는 올해 배터리 업계 최대 악재로 꼽힌다. 2017년 8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총 2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6월 정부가 화재 원인 조사 결과와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5건의 화재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현재 2차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잇따른 화재로 올해 국내 ESS 생태계는 올스톱 상태다. 삼성SDI는 최대 2000억원을 투입해 안전성 강화 조치에 나섰으며 LG화학도 자체 원인 규명 작업과 함께 화재 확산 방지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배터리 3사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했다. LG화학은 올해 초 중국 난징 배터리 공장 증설에 1조2000억원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6월에는 중국 1위 자동차 제조사인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7월에는 상생형 구미 일자리 협약을 맺고 5000억원을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미국 1위 자동차 업체 GM와 총 2조7000억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지난 3월 1단계 1조원 이상을 투자한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앞서 지난 2월 헝가리 2공장 투자를 결정했으며, 9월에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EVE에너지와 배터리 합자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이달 초 중국 창저우에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한 전기차 배터리 셀 공장을 준공했다. 잠시 투자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삼성SDI도 올해 내부적으로 헝가리 2공장 투자를 결정하고 새해부터 본격 공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로는 급속 성장하던 중국 배터리 시장이 정부 보조금 축소와 경기침체 여파로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며 냉각기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배터리 시장은 기술력과 자금력을 가진 대형 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이미 1, 2위 업체인 CATL과 BYD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