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과학기술 유공자]불모지서 세계 '최고' 과실 일군 12명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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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를 신규 지정했다. 2017,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자연·생명·엔지니어링·융복합 분야에서 과학기술 수준을 진일보시킨 12명이 새로이 이름을 올렸다.

과학기술유공자는 국민이 존경할 만한 우수한 업적이 있는 과학기술인을 선정해 예우와 지원책을 제공하는 제도다. 과학기술인의 명예와 긍지를 높이고 과학기술인이 존중받는 사회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각 분야에서 전에 없는 업적을 만들어내며 지금까지 과학기술계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올해 심사에선 모든 과학기술인이 공감하고, 일반 국민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과학기술유공자가 지정될 수 있도록 총 3단계에 걸쳐 168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자연 분야-박동길, 박세희, 이상수

과학자 3명이 자연 분야 유공자로 선정됐다. 박동길 인하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지질자원 개발을 선도한 지질학자다. 박 교수는 강원도 양양 철산광상 등에서 유용 광물 자원을 발굴해 국가 광물자원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동아시아지역에서 처음으로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하는 등 상당 광물이 그의 손을 거쳐 국내 최초로 발견됐다.

박세희 서울대 명예교수는 해석학에서 부동점 이론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해석학에 나오는 부동점이론을 정리해서 하나의 이론으로 만든데 이어 나아가 '추상블록공간 이론'을 수립했다. 폴란드 학자가 만든 추상블록공간 정리에서 파생되는 백여 개의 정리와 관련 연구를 하나로 요약했다. 세계 학술지에 300편에 가까운 논문을 발표하고 1500건에 달하는 인용 기록을 남겼다. 수학 논문(390여편)과 저서(20권)를 가장 많이 펴낸 한국의 대표적 수학자다.

고(故) 이상수 한국과학원(현 KAIST) 전 원장은 국산 레이저를 최초로 개발한 광학자로 광분해 레이저, 광학간섭계, 광통신기술 등 광학연구 기반을 조성했다. 농업·의학·산업 분야에서 원자력과 방사선의 평화적 연구에 기여했다.

◇생명 분야-권태완, 김영중, 이우주, 한인규

생명 분야에선 4명이 지정됐다. 고 권태완 한국식품연구원 전 원장은 국내 식품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구축한 식품과학자다. 한국의 쌀 관리 시스템을 개발·보급하고 영양·안전·기능 등 화학·물리적 성질을 연구하여 한국식품의 특성을 규명, 과학적으로 체계화했다.

김영중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천연물 연구분야를 개척한 여성과학자다. 생리활성 의존적 천연물 분리법을 도입으로 천연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기법을 확립했다. 자생 약용식물 자원의 보존과 연구를 위해 서울대학교 약초원을 조성한 장본인이다. 최초의 여성 대한약학회장으로서 여성과학자 지원 활동에 앞장섰다.

고 이우주 연세대 전 총장은 국내 약리학의 토대를 세웠다. 신경세포 호르몬 연구의 세계적 리더로서 심장과 자율신경계 교감신경자극전달물질인 '카테콜아민'의 역할을 규명했다. 1959년 제1저자로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말 약리학 교과서와 의학대사전을 출간해 우리나라 현대 의학, 약리학 분야 연구의 기틀을 마련했다.

고 한인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료 개발로 축산산업을 발전시킨 동물영양학자다. 한국사료성분표와 사양표를 제정하고 친환경·기능성 사료 개발로 동물 사료자원을 확보하는 등 사료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동물생명공학, 동물영양학을 축산 현장에 접목하여 동물산업의 근대화를 주도했다.

◇엔지니어링 분야-김영걸, 김정식, 김충기, 이충구

엔지니어링분야에서도 4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영걸 포스텍 명예교수는 촉매 및 반응공학 분야를 선도한 연구자다. 국내에서 촉매, 반응연구를 최초로 수행해 화학·환경·에너지 산업의 기술 기반을 조성했다. C-1 화학, 에너지 환경 촉매, 정밀화학 촉매 연구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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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전자가 개발한 PCB

고 김정식 대덕전자 전 회장은 국내 전자부품을 세계 일류로 키운 전자산업의 개척자다. 다층인쇄회로기판(PCB), 복합인쇄회로기판 자체개발 등을 통해 국내 PCB 산업을 세계 3위로 도약시켰다. 서울대에 657억원을 기부하고 해동과학문화재단, 대덕복지재단을 설립해 후학 양성, 사회환원 활동에도 힘썼다.

김충기 KAIST 명예교수는 반도체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세계 최초로 영상센서를 개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국방용 적외선 영상 카메라를 국산화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 비전을 설파하고 반도체 산업을 이끈 주역을 양성해 지금의 반도체 신화를 창출하는데 기여했다.

이충구 현대자동차 전 사장은 자동차 핵심기술의 독자 개발을 이끈 엔지니어다. 1975년 포니 이후 다양한 국내 독자모델 자동차 개발에 참여해 현대자동차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기술경쟁력 축적을 통해 우리 자동차 산업을 수출전략 산업으로 발전시키는데 앞장섰다.

◇융복합 분야-김시중

융복합분야에선 고 김시중 고려대 명예교수에게 영예가 돌아갔다. 김 교수는 한국의 우주·해양개발을 이끈 과학기술 행정가다. 옛 과학기술처 장관 재임 당시 다목적 실용위성개발, 이어도해양종합기지건설, 생명공학육성, 소프트웨어(SW)계획 등 정책을 수립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으로 재임하며 '과학기술인 헌장'을 제정, 연구윤리 기반을 조성했다.

정부는 향후 과학기술유공자를 주요 과학기술 행사에 초청하고 출입국 심사 시 우대할 계획이다. 공훈록 제작, 업적홍보, 명예의 전당 설치·운영, 기념우표 발간, 국가과학기술정책의 수립에 관한 자문 등의 예우도 제공한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과학기술유공자에게 명예로운 예우와 함께 사회적 공헌 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유공자의 업적과 이들의 활동을 널리 알려 과학기술인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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