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가 이달 법인설립을 시작으로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에너지 신기술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다. '취업형 인재양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철저히 '연구중심·창업형 인재양성'을 지향한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보다 4.5년 이상 뒤처진 우리나라 에너지 기술을 30년 이내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한전공대 설립 타임라인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학교는 전남 나주시 부영CC 일원에 구축되며, 개교예정일은 2022년 3월이다. 올해부터 2031년까지 재원 1조6112억원이 투입되며, 중앙정부·한전·지방자치단체가 공동 분담한다. 대학원·대학·외국인 등 1300명 학생과 100명 교수진 등으로 구성된다. 교수진은 석학급 기준 연봉 4억원을 보장하는 등 국내 최고 수준으로 대우하고, 학생은 오픈디바이스 창의력 평가와 심층면접으로 선발한다. 일대다 방식의 강의를 없애고, 연구·토론형 수업이 주를 이룬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유니콘 기업을 △2030년 50개 △2040년 150개 △2050년 300개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노벨상급 도전 연구 과제
한전공대는 '글로벌 에너지 연구·창업 허브'로 단계별 도약에 나선다. 5대 중점 연구분야는 △에너지 신소재 △에너지 인공지능(AI) △차세대 전력그리드 △수소에너지 △에너지 기후환경 등이다. '우주 태양광 발전 및 초고압 무선송전' 기술은 한전공대가 도전하는 눈여겨 볼 연구과제다. 우주에서 태양광으로 발전하고 전기를 지구로 초고압 방식으로 무선송전하는 기술이다. 태양과 근거리에 손상되지 않는 설비 소재를 개발하고 반도체간 초고압 송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포인트다. 이른바 '전봇대와 전선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전력손실률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처럼 가까운 시일내에 상용 가능한 도전 과제를 지양하고 무모할 정도로 과감하고 도전적인 연구에 집중한다. 한국전력연구원과 역할을 확실히 구분하겠다는 의지다.
한전공대는 지자체와 협업해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중심으로 한 대형연구시설 확보에도 힘을 쏟는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총으로 쏜 뒤 빛의 속도로 가속해 물질의 미세구조와 현상을 관찰하는 연구시설이다. 에너지 신소재는 물론 신약 개발 등 기초과학 분야 연구에 활용된다. 한전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25%가 가속기 기반 연구를 수행했다는 점을 고려,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이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에너지 연구자를 유인하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특한 교육 모토
한전공대는 세계 각국 대학 성공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해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취업할 사람은 키우지 않고, 학자만 키운다'는 중국 시후대학 기본 방침을 운영계획에 투영, 소규모엘리트 및 연구집약형 대학을 추구한다. 학생이 전공 구분없이 모든 수업에 참여 가능하도록 설계한 미국 올린공대 교육과정은 단일학부제를 채택한 한전공대에 영감을 줬다. 교육은 현장실습·프로젝트 수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캠퍼스 내에 민간기업·연구소가 입주한 미국 코넬텍대학도 한전공대가 추구하는 모델중 하나다.
학부나 석사과정 없이 5년제 박사과정만을 두는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 역시 한전공대가 고려하는 운영방식 중 하나다. 특히 이 곳은 학생보다 연구원 수가 월등히 많은 게 특징이다. 극심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문을 열었지만 세계 손꼽히는 대학으로 자리잡은 스웨덴 말뫼대학은 연이은 적자로 재정위기를 맞은 한전이 염두에 두는 롤모델이다. 말뫼대는 산학연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청년층 유입 촉진으로 지역 내 창업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