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학종 불신에 백기...성적 줄세우기 다시 따라간 대입 정책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시민참여단의 공론화 결과-일반대학의 수능위주전형의 적정 비율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학종) 불신에 정부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주요 대학 위주로 '오지선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비율을 40%로, 현 수준에서 10%P 이상 상향 조정한다. 학생 '선택권'을 넓힌다는 이유를 들었다. 수시에서 탈락한 학생들이 마지막 출구로 정시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 비중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불가피하게' 수능을 확대한다면서 학종이 투명하게 관리되기 전까지 선택권을 보장하고 불신을 보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발표한 후부터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교육부 입장을 달랐다. 대학의 상황과 여론 등을 고려했을 때 수능 위주 전형은 30% 정도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왔다.

이번 개편으로 현 고교 1~3학년은 물론 중학교 3학년 학생까지 각기 다른 입시체계를 접하게 됐다.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교육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고교학점제를 준비하면서 수능은 확대하는 정부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대입 정책 4년 예고제를 도입해 놓고도, 일부 대학만 찍어 바꾸게 하는 식으로 입시전형에 손을 대 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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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 룸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는 28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수능 확대에 대해 우려를 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학생들이 교과전형이나 학종전형으로 혹은 수능으로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적정한 비율로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지금 현재에는 국민,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능이 한날한시에 혹은 또 오지선다형 선택형 문제로 하는 것은 미래교육을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다”면서 “학생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정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그것을 반영한 수능체계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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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 혼란 불가피

학종과 수능으로 나뉜 여론을 떠나 당장 입시가 또 한차례 바뀌면서 학교 교육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현 고1, 고2, 고3은 치러야 하는 수능이 모두 다르다. 2022학년도부터는 선택형 수능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 중3이 치르는 2023학년도 입시에서 정시가 확대되는데다 2024학년도부터는 학생부도 달라진다. 학종 전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후 새로운 수능 제도를 도입하고 2028학년도에는 고교학점제에 따른 대입 개편이 또 예고됐다. 초등 4학년부터는 자사고·외고·국제고도 일반고로 일괄 전환된다. 계속되는 입시 변화에 학생·학부모 피로도는 커져가고 이에 따른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가 서울 16개 대학에 2023학년도부터 '요청'한다고 했지만 2022학년도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비율을 30% 넘는 숫자로 맞추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는 대학 전형계획 발표를 앞두고 당시 박춘란 차관이 대학 총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능 비율을 높이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대학별 전형계획 발표는 1년 10개월 전 예고해야 한다. 내년에 과도기 형태로 16개 대학이 2022학년도 수능 비중을 35% 안팎 수준에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입시와 재정지원을 연계하는 식으로 입시 전형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수능 비중을 높임에 따라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 틀도 바꾼다. 내년 1~2월 경 사업 내용을 새로 기획한다. 그동안 입학사정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인건비 지급을 포함해 학종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수능으로 보정해서 전환해야 할 대학에 대해서는 참여조건으로 사업 계획서 제출을 요구할 예정이다.

대학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대상이 된 주요 대학들은 그동안 '오지선다' 수능 위주 전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컸다. 대학의 선발 자율성을 주장해왔다.

◇'EBS 교재 학습' 수업으로 돌아가나

학교 현장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교과과정에 따라 토론하고 체험해 보는 수업보다 EBS 교재풀이 수업이 만연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시 이월인원이나 수능 최저학력 기준 적용 수시 전형까지 합치면 실제 수능 영향력은 현재도 50%를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전교조는 이날 정부 발표에 “문제풀이 수업, 잠자는 교실을 벗어나기 위해 '배움 중심' '과정 중심' '학생 참여'를 강조하며 토론과 협력의 학교문화를 만들어온 소중한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전형 비율은 10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간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정시 비율이 2010학년도 42.1% 2011학년도 37.9%에서 2021학년도(현고2) 22.4%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정시 40%이상 선발은 사실상 10년 전 수치다. 16개대 평균 정시 비율 역시 2010학년도 45.9%, 2011학년도 42.7%, 2012학년도 38.1%에서 2021학년도 31.4%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해 외고·자사고·국제고 전환을 선언했으나 정시 확대로 오히려 이들 체계를 강화하는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반고 전환은 현 초등학교 4학년이 올라가는 2025학년도다. 현 중3이 다음 달 고교 진학시에는 정시에 강한 외고와 자사고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제기되는 우려에 학종이 자리잡기 전까지 수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학생의 다양성을 대입에 반영하는 정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 평가방식 및 고교학점제 등 변화하는 교육정책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새로운 수능체계(안)을 2021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수능체계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된다.

한국교총은 “고교학점제에 부합한 새로운 수능체계를 2021년까지 마련해 2028학년도부터 적용하겠다는 재개편 예고까지 해버렸다”고 “지금도 고1~3학년은 서로 다른 대학입시 제도를 적용받아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대학입시라는 국가 교육의 큰 틀은 한번 정하면 쉽게 바꿀 수 없도록 법률로 명시해 제도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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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수능위주전형 확대 권고 대상 대학 현황(인원 기준) 출처:교육부

☞ ('21학년도) 14,787명 → 20,412명 : 5,625명(38.0%)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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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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