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서 인공지능(AI)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비결은 '끝까지 해본다'는 정신입니다. 많은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제조업에 AI를 도입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실제 성공사례가 많지 않은 것은 중도에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벤플 대표)는 국내에도 제조업에 AI를 적용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고 이제는 기업 CEO가 세부 도입 전략과 실행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제조업에서 AI는 스마트 공장화를 넘어 기업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영업과 마케팅에도 변화를 끼친다. 국내 한 전자기업은 제품에 인터넷 칩을 부착하고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전자제품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데이터 중간판매자 역할로 영역을 확대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하드웨어 제품이나 서비스 모델을 기획할 수도 있다. 전통 기업의 사업 영역을 넘어 새로운 사업 모델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성공적으로 AI를 도입한 국내 제조기업 중 하나로 '프론텍'을 꼽았다. 프론텍은 자동차 부품 제조사로 품질검사 공정에 AI를 도입했다. 그 결과 정확도를 95%에서 99%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프론텍과 이 교수 연구팀이 함께 추진한 AI 품질관리시스템 사례는 최근 미국인공지능학회 IAAI(Innovative Applications of AI)상에 선정됐다.
이 교수는 “기업 오너나 CEO가 AI 도입 필요성을 느껴도 끝까지 해보지 않고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AI 개발뿐만 아니라 관련한 앞뒤 작업이 수반되는데 현업 지식이 풍부한 실무자, IT팀, IT와 생산관리 등의 전문지식을 갖춘 융합전문가 중심 AI 전문팀을 별도로 꾸리고 이들 간 구조를 잘 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AI 솔루션 공급자는 단순히 시스템만 짜는 것을 넘어 현업이 당면한 관련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국내외에서 성공적으로 AI를 도입한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각 전문팀이 문제 해결을 위해 유기적으로 힘을 합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제조 현장은 마케팅, 영업과 제조가 분리돼 제조 자체에만 연연하다보니 고객사의 갑작스러운 요청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AI를 적용하면 전사적으로 빠르게 변화를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가 고가 기술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실제 도입 비용과 차이가 크다”면서 “당장 품질관리 등 사람에게 고통을 수반하거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분야는 AI 도입이 선택 아닌 필수”라고 덧붙였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