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투자한 기술 스타트업 면면은?

“2년 전과 비교해 기존에 없던 도메인 기술 스타트업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천기술에 집중하던 스타트업들이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로 많이 이동하고 있다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는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테크 밋츠 스타트업' 콘퍼런스를 열고 기술 스타트업만의 고민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2017년과 2019년에 각각 만난 300개 스타트업을 분석해 이같이 밝히며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시장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은 기술 기업 입장에서 유의미한 포인트”라며 “원천기술에 집착·천착하면 소중한 시간을 놓친다”고 조언했다.

D2SF(D2 Startup Factory)는 네이버의 기술 스타트업 투자지원 프로그램이다. 네이버는 매년 기술 스타트업 1000개를 만나고 300개를 검토해 10개 내외로 투자를 단행한다.

2017년 네이버가 검토했던 300개 스타트업은 로보틱스, 머신러닝, 모빌리티, 자율주행 알고리즘 등 원천기술 도메인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2019년 검토한 스타트업은 데이터 분석, 비디오 테크, 컴퓨터 비전,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푸드테크, 핀테크 등 서비스 도메인 부상이 두드러졌다. 스타트업 전수 분석 결과는 아니지만 300개 표본은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올해 네이버 D2SF가 투자한 기술 스타트업은 △스트라드비젼(자율주행 알고리즘) △스튜디오씨드코리아(디자이너용 소프트웨어) △데이블(개인화 콘텐츠 추천 플랫폼) △뤼이드(AI 기반 맞춤 학습 솔루션) △아드리엘(AI 기반 마케팅 에이전시) 등 총 12개다. 실제로 응용 서비스 분야 기술 스타트업 약진이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1조1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상반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 중 기술 스타트업 비중은 1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10개 가까운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중에서도 기술 기반으로 출발한 스타트업은 없다. 양상환 리더는 예측률이 떨어지는 기술이 많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예를 들어 가트너가 매년 발표하는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 보고서'를 보면, 이미 1995년도에 인공지능, 가상현실(VR), 음성인식 기술이 수년 내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 기술들은 25년여가 지난 현재 시점에서도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기 어렵다. 양상환 리더는 “100개 기술이 있다면 중 50개는 한 해 반짝 하고 사라지고, 20개는 현실화되지 않은 기술이 대부분이다. 기술 자체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기술 스타트업이 고객 사이에 파트너사를 낀 B2B 형태로 비즈니스를 진행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고객과 접점을 타자에게 위임함에 따라 스타트업이 고객을 이해할 수 없는 구조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기술이 만들어내는 가치가 희석되고 저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창업팀의 불균형 문제도 언급했다. 현재 대부분 기술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 멤버가 기술 인력에 편중돼 있어,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시장과 투자자에게 팀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글로벌 시장 진출 시에도 난관을 겪는다.

양 리더는 “기술 스타트업은 기술이 얼마나 좋고, 저렴하며, 세계 최초라는 설명에 집중한다. 그러나 기술이 만들어내는 최종 가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정말 드물다”며 “이 문제 때문에 기술 스타트업 가치의 평가절하가 발생하는 것도 많이 목도했다”고 전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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