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술이 인공지능(AI)이다. AI 기능을 갖춘 자율로봇이 무인 공장을 돌리고 AI를 탑재한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달리는 것이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과 교사, 의사,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판사까지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관심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1945년 미국의 아날로그 컴퓨터 선구자 버니바 부시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듯이'라는 세미나에서 사람이 만든 기계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1950년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계산 기계와 지능'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이후 AI에 관한 연구가 시작됐고, 'AI(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용어는 1956년 미국 과학자 존 매카시와 마빈 민스키가 주최한 '인공지능에 관한 다트머스 하계 연구 프로젝트'에서 탄생했다. 1957~1974년에 AI에 관한 연구가 봇물을 이뤘다. 1970년에는 3년 내지 8년 후에는 보통사람 정도의 지능을 갖춘 기계가 나올 것이라는 견해가 있을 정도였지만 연산 능력 한계로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1973년에 AI 알고리즘의 조합 확산이 어렵고 복잡해서 실패했으며, 간단한 장난감 외에는 쓰이지 못할 것이라는 라이트힐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AI 개발을 중단하면서 시작된 AI 겨울(침체기)이 199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AI 프로그래밍 언어인 리스프(LISP) 관련 시장이 무너지고, XCON 등 전문가 시스템 개발이 지연됐다. 1981년 시작된 일본의 5세대 프로젝트 역시 1991년 실패로 끝났으며, DARPA가 5세대 프로젝트에 자극 받아 1983년에 지원한 AI 프로그램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AI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정보과학(인포메틱스), 기계학습, 인식시스템, 지능시스템, 계산지능 등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2007년 DARPA가 위협경고인식체계 등 AI와 관련된 여러 개의 주제에 대한 연구를 요청했고, 유럽연합(EU)이 프레임워크 프로그램(FP7)으로 AI 개발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함으로써 지금의 봄을 맞게 됐다.
AI 역시 잠재력이 큰 신기술이 개발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이른바 과대 광고 주기, 즉 큰 기대로 과열을 보였다가 거품이 붕괴되면서 환멸의 계곡으로 빠지는 과정을 겪었다. AI가 기대를 제때 충족시킬 수 없게 된 것은 초고속 컴퓨팅에 필요한 하드웨어(HW)와 알고리즘, 영상(그래픽)이나 자연언어(소리)와 같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체계 등을 융합해서 시너지를 낼 기술이 성숙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사이 AI가 대형 시스템의 일부분으로 폭넓게 채택되면서 기계 번역, 데이터 마이닝, 산업 로봇, 물류, 음성 인식, 은행 업무, 의료 진단, 검색 엔진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2016년 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일반 대중이 AI를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디지털화가 확산되면서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AI 역할은 4차 산업혁명 필수가 됐다. 특히 인간 신경세포 뉴런의 기능을 모방한 AI 전용 소자가 개발되면서 기능은 급격하게 향상되는 반면에 소모하는 전력은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AI를 활용하는 영역이 더욱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AI가 운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고를 줄이고 주행 속도를 높임으로써 도로 효율이 높아질 것이다. AI 뇌를 갖춘 로봇이 복잡한 작업을 스스로 해내고, 거동이 불편하고 인지 능력이 떨어진 사람의 친구가 될 것이다.
다음 주에는 4차 산업혁명에서 필수 수단이 될 로봇에 대해 알아본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
-
정현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