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연구윤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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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국내 연구자들의 상황을 어떻게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부실학회, 가짜학회에 참가한 연구자는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으며,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자녀의 이름을 저자로 올린 부당한 저자표시 사례는 조사를 거듭할수록 많아지고 있다. 또한, 매년 국정감사 때는 국가연구기관의 표절 연구보고서, 연구윤리 의식 부재가 지적받고 있다.

누란지세(累卵之勢, 새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운 형세)가 지금의 국내 연구자들의 상황을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고려대학교 엄창섭 교수는 연구부정 방지 대토론회에서 누란지세와 같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연구책임자급 이상에 대한 연구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연령별 또는 세대별 연구윤리 교육 내용도 특화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 연구윤리 교육은 부재 상태인가

연구윤리 교육에 대한 근거는 이미 2015년 11월 개정된 교육부훈령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서 마련되었다. 해당 지침에서는 연구자의 역할과 책임에 ‘지속적인 연구윤리교육의 참여’를 포함했다. 그리고 대학등의 역할과 책임 중의 하나로 ‘연구자가 연구수행 과정에서 연구윤리를 준수하고 연구부정행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연구윤리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국가연구과제 참여 연구책임자와 연구원은 3년 단위로 연구윤리교육을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하는 기준도 있다.

다만, 연구자의 신분별, 소속 기관별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연구윤리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연 몇 회 시행할지에 대한 부분은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열어놓은 상태이다.

◆ 연구윤리 교육, 주로 어떻게 시행하고 있나

대부분의 대학, 연구기관, 학술단체는 연 1회 자체적으로 선택한 방식에 따라 소속 연구자들에게 연구윤리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정규 수업의 일환으로 연구윤리 교육을 진행하거나,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연구윤리교육을 위한 별도의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또한, 온라인으로 연구윤리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의 프로그램을 수강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연구윤리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은 대표적으로 연구윤리정보센터(CRE),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무하유가 있다.

연구윤리정보센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매년 새로운 연구윤리 교육자료(동영상, 텍스트, 웹툰 등)를 제공하고 있으며, 각 기관에서 오프라인 연구윤리 교육을 진행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연구윤리 전문가 풀을 제공한다. 또한, 게시판 형태의 연구윤리 관련 상담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은 과학기술인의 자기계발을 위한 대표적인 온라인교육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과학기술 연구 전반에 대한 이러닝 교육과정 중 연구윤리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연구윤리교육 수요 기관의 신청에 따라 오프라인으로 집합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무하유는 표절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를 제공하면서 연구자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표절, 부당한 중복게재의 유형을 분석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연구윤리 기본 지식을 연구윤리교육 포털 카피킬러 에듀에서 제공하고 있다.

카피킬러 에듀는 연간 1만여 명이 이용자들이 연구윤리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고 있으며, 건국대학교, 동아대학교, 단국대학교, 홍익대학교, 대성고등학교, 충북과학고등학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은 카피킬러 에듀의 연구윤리교육 이수증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카피킬러 에듀는 표절, 부당한 저자표시, 부당한 중복게재와 같은 연구윤리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국내 대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글쓰기 윤리, 중고등 학생을 위한 소논문 쓰기와 같은 특정 집단과 연령을 위한 연구윤리 교육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연구윤리정보센터와 협력하여 최근의 연구윤리 이슈를 반영한 실시간 웨비나를 연 10회 내외로 진행하고 있다.

◆ 그런데도 불구하고, 연구윤리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연구윤리 교육을 시행하기 위한 제도적인 기반은 마련되어 있으며, 연구윤리교육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기관을 통해 선택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윤리교육은 대학원생에게 집중되어 있다. 연구자로서 첫발을 디딘 대학원생에게 연구윤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대학원생이 교육받은 연구윤리에 따라 성실하게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책임자인 교수, 연구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을 지도하고 이끌어 나갈 연구책임자는 변화하지 않고, 연구윤리에 무지한 상태로 그동안의 관행에 따르고 있다면 교육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두 연구자를 대상으로 연구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형인우 기자 (inw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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