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협력사업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에서 낡은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는 등 남측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 '자력갱생'으로 경제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의지다. 이같은 행보가 경제협력을 비롯한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 시찰에서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이라며 '금강산관광지구 총개발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사업에 남측을 배제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금강산관광사업 뿐 아니라 그간의 남북 경협 사업 전체를 재정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0개월여 동안 전혀 진척이 없자 이에 대한 불만으로 금간산의 우리측 자산을 철거하고 독자적인 관광지구로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과 함께 언급했던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향후 손을 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통일부측은 “북측이 요청을 할 경우에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남북 합의 정신, 금강산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통일부에서 밝힌 입장에서 추가적인 별도 입장을 내는 것을 자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강산 시설 철거를 명분으로 남북 간 소통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부인하지 않겠다는 것이 '예스(Yes)'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부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