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면세점, 외국인 세금환급 '택스리펀드' 부정거래로 수백억대 폭리

마케팅 지원비 · 임차료 형태로 대행 사업자가 받는 수수료서 많게는 80%까지 리베이트 챙겨 관리감독 부실해 법망 피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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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후 면세점이 택스리펀드를 대행하는 사업자가 외국인에게 대행수수료로 받는 수익 가운데 많게는 80%까지 리베이트 명분으로 수년간 제공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 설치된 택스리펀드 키오스크로 한 외국인 관광객이 세금을 환급받고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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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환급(택스리펀드)의 맹점을 악용해 대형 사후 면세점이 수백억원을 리베이트(마케팅 지원비) 형태로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택스리펀드 대행 사업자가 외국인에게 받는 대행수수료로 수익 가운데 많게는 80%까지 리베이트 명분으로 수년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후 면제점이 대행 사업자와의 계약을 미끼로 불법 이득을 챙겨 온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대행사업자, 정부(세금)까지 유·무형의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담당 부처에서는 변칙 리베이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21일 본지가 택스리펀드 대행사 등으로부터 가맹점별 마케팅 지원비(리베이트) 현황을 입수했다. 대행 기업의 입찰 조건과 임대료, 마케팅 지원비 명목으로 맺은 각종 계약 내용이 담겨 있다. 택스리펀드는 외국인 관광객이 부가세가 포함된 물품을 구입한 뒤 자국으로 물건을 갖고 출국할 때 공항과 항만에서 부가세 환급을 요청, 세액을 환급해 주는 서비스다.

지난 2016년 정부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여행 중 사후 면세점에서 3만원 이상 물품을 구입하면 이를 상품 수출로 간주,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등을 면세점에서 즉시 환급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크게 사후환급, 도심환급, 즉시환급으로 나뉜다. 이로 인해 사후 면세점과 택스리펀드 대행사업자 간에 이상한 커넥션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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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명동 상점에 세금 환급 혜택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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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명동 상점에 세금 환급 혜택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본지가 입수한 마케팅 지원비 내부 문건에는 외국인 전용 판매장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롯데백화점, 올리브영,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등 사후 면세 영업을 하고 있는 대형 가맹점이 다수 등장한다. 이들 가맹점은 택스리펀드 대행사 입찰 시 리워드 순위로 낙찰을 해 주고 임차료 일부를 받거나 마케팅 지원비 등 형태로 리베이트를 받았다. 한 대형 가맹점은 지난해 대행사로부터 마케팅 지원비를 종전 35%에서 60%로 2배 가까이 올린 곳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택스리펀드 대행업자는 “세금 환급 대행업을 유지하고 건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이들 사후 가맹점의 영향력이 절대”라면서 “한 쇼핑몰의 경우 우리가 받은 수수료의 80%를 다시 마케팅 지원비로 요구한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환급 대행사는 사후 면세점과의 계약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KT 자회사 케이티스 등이 눈덩이처럼 커진 리베이트를 이기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한 사례도 있다.

환급 대행사업자는 밴사를 포함해 약 4곳이 성업하고 있다. 이들 모두 막대한 리베이트를 사후 면세점에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외국인 관광객 택스리펀드 환급액만 1500억원에 이르는 실정이다. 1개 대형 가맹점의 리베이트 명분으로 매년 가져가는 돈만 3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 택스리펀드 대행사 관계자는 “관리감독 기관이 없다 보니 여신전문업법 리베이트 금지 조항도 대형 가맹점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도 리베이트를 주고 싶어 주는 게 아니고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고 있다”고 실토했다.

신세계 인터내셔날 측은 “택스리펀드는 유통회사와 제휴할 뿐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세계와 직접 관계가 없고, (본사는)텍스리펀드 대행사와 별도의 제휴를 맺지 않는다”고 밝혔다. 올리브영은 “텍스리펀드 대행사가 우리 가맹점의 공간 일부를 사용하고 상주하기 때문에 임차료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환급 리베이트 논란에 대해 정부 부처는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기재부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관련 지적이 제기된 것을 고려, 사후 면세점 관련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그러나 아직 마땅한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2만개에 가까운 사후 면세점을 일일이 관리·감독하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장 교란은 막아야겠지만 사후 면세점이 받는 수수료를 정부가 제한하는 등 직접 개입은 옳지 않아 보인다”면서 “모니터링은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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