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투자 규모가 2000년 '제1 벤처붐' 당시 수준을 뛰어넘어 역대 최고치에 이르고 있다. 신규 벤처투자,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당시 최고 기록을 돌파한 데 이어 창업 초기기업에 자신의 돈을 직접 투자하는 소액 엔젤투자까지 신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벤처 투자 관련 각종 지표가 속속 2000년 당시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이미 제2 벤처붐이 왔다”는 평가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2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엔젤투자 규모는 5425억원을 기록했다. 8개월 만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2000년 연간 5493억원 기록에 육박한 수치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가 확실시된다. 업계에서는 공식 집계 이전이지만 올해 엔젤투자 규모 역시 지난해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엔젤투자 통계는 투자자 소득공제 신청 자료를 기반으로 집계한다. 엔젤투자 통계는 소득공제 신청이 종료되는 차기년 6월에야 최종 확정된다.
중기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엔젤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기록 역시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개인투자조합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개인투자조합 수와 결성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개인투자조합은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엔젤투자를 위해 일반투자자가 구성한 조합을 의미한다. 지난해 총 302개 개인투자조합이 결성됐고, 올해도 지난 8월 기준 총 165개 조합이 결성을 마쳤다. 전체 조합 결성 금액도 지난해 말 1989억원에서 올해 8월까지 1439억원으로 빠르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관투자가 중심의 벤처투자 시장에 이어 개인으로 이뤄진 엔젤투자 시장까지도 2000년 당시 제1 벤처붐의 열기를 뛰어넘은 셈이다.
벤처 투자 관련 여러 지표가 2000년 당시 수준을 웃돌지만 정작 일반투자자는 시장 열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과 상장기업이 벤처붐을 이끌던 과거와 달리 벤처투자 시장이 비상장 기업과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닥지수는 현재 600대 중반을 횡보하고 있다. 그나마 코스닥 시장을 견인해 온 바이오 업종도 연이은 임상 3상 실패 등으로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벤처붐을 코스닥 시장이 주도했다면 지금은 비상장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일반투자자까지 제2 벤처붐 열기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코스닥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표> 엔젤투자 현황 (단위: 명, 억원)
자료: 중소벤처기업부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