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을 키우기 위해선 혁신 벤처투자 생태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수인력이 창업에 적극 뛰어들고 벤처투자가 마중물이 돼 성장, 회수와 재투자까지 이뤄지는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돼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은 이미 벤처·스타트업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우리나라도 기존 제조업 중심 주력산업 육성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 키우는 '메가 투자'
벤처투자는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는 초기기업 창업자에게 채무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지분을 대가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대가로 가파르게 성장한 기업가치를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회수시장을 통해 고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인공지능(AI) 등 초연결·초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사회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플랫폼기업이 대거 등장했다. 세계 최대 승차공유회사 우버, 숙박공유회사 에어비앤비 등은 기존 운송, 숙박산업을 위협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벤처투자 생태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억달러 이상 금액을 특정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이른바 '메가 투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메가 투자는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 기업을 키우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메가 투자 유치는 미국과 중국 스타트업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작년부터 금액면에서 미국을 넘어섰다.
벤처투자 정보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메가 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작년 한국에서 크래프톤,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3곳의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특히 투자액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면서 미국에 이어 중국은 많은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켰다. 같은 기간 미국은 55개, 중국은 35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다.
국내 유니콘기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받는 쿠팡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등 외국계 벤처캐피털(VC) 투자로 몸집을 불렸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도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았다. 2017년 조성된 비전펀드 규모는 약 1000억달러로 최근 2년 만에 같은 규모로 2호 펀드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 벤처붐 가시화, 한국 유니콘 기업 9개로
국내에서도 벤처투자가 확대되면서 유니콘 기업이 다수 등장했다.
상반기 유니콘 기업이 9개로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유니콘 기업 보유 순위에서 독일과 같은 5위를 기록했다. 작년 6월까지 3개였던 유니콘 기업이 3배로 대폭 증가했다.
정부는 유니콘 기업이 급증한 것은 신규 벤처투자와 신설법인 숫자가 증가하면서 제2벤처붐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벤처투자를 통한 혁신창업 국가 달성을 목표로 혁신모험펀드 10조원, 대규모 추경을 통한 모태펀드 출자 등에 앞장서왔다.
그 결과 신규 벤처투자는 2015년 2조원을 돌파하며 최근 3년간 연평균 20%로 급증했고, 작년 최초로 3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의 벤처투자도 '닷컴버블'이 꺼지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유니콘 기업 보유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스타트업 대상 투자가 2018년 기준 0.28%로 미국(0.48%), 중국(0.84%)에 비해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분석이다.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벤처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벤처투자가 작년 대비 16.3% 증가한 2조3739억원을 기록했고, 벤처펀드 결성액도 2조556억원으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30.9% 증가했다.
◇신산업 스타트업 육성·벤처투자 지속 확대 필요
글로벌 수준의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참여도 중요하다. 유니콘 기업 및 벤처투자 증가 등 양적인 부분에선 이미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회수시장과 스케일업 투자 부문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책자금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보수적 투자 성향도 여전하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벤처투자 세제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엔젤투자 소득공제를 대폭 확대하고, 창업법·벤처법에 분산된 벤처투자 제도를 벤처투자촉진법을 일원화하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제2 벤처붐을 가시화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2022년까지 신규 벤처투자액 5조원 달성, 유니콘기업 20개 육성, M&A를 통한 투자회수 비중 10% 달성이다. 벤처지주회사 제도를 조기에 도입하거나 M&A 전용펀드 1조원, 엔젤 세컨더리 전용펀드 2000억원 등의 후속조치 등을 담았다.
정부도 액셀러레이터, 증권사 등 보다 다양한 주체들이 투자에 뛰어들 수 있도록 관련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후위투자로 결정된 지분가치로 선위 투자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의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을 허용하는 내용도 관련 법안에 담았으나 국회에 법안이 계류 중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연쇄창업가, 대기업 등 스타트업 관련 네트워크와 자본, 전문성이 풍부한 민간 투자자들의 투자가 활발하고 생태계가 역동적”이라면서 “한국 벤처투자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민간 참여자들의 유입과 활성화를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제2벤처붐 확산전략 주요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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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