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주인 의식과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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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으로 코스 요리 가운데 보쌈을 이번에 치킨으로 바꿔 봤습니다. 맛은 어떠셨는지요?” 필자가 좋아하는 어느 음식점에서 서비스하는 종업원이 한 말이었다. 거리가 좀 되지만 그 집을 자주 찾는 이유는 코스 요리 하나하나가 맛있고 다른 집처럼 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종업원의 태도나 눈빛을 보면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이다.

“더 드셔야지요?” “됐는데요.” “몇 인분 더 시켜야지요!” 음식점에 함께 간 동반자가 한 말이 아니다. 놀랍게도 종업원이 한 말이었다. 더 필요한지 의향을 묻는 정도가 아니다. 퉁명하게 인상까지 쓴다. 그렇다고 배부른데 더 주문할 수도 없고…. 이후 그 음식점에는 더 이상 가지 않게 됐다. 모임 장소로도 블랙리스트에 올리게 됐다.

두 음식점 사례에서 종업원의 태도나 눈빛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들, 즉 머슴(?)에게 주인의식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차이는 음식점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직원에게 주인의식이 없거나 희박하면 고객은 자연스레 이탈하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부류의 직원이 89%에 이른다는 놀라운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직원들에게 어떻게 주인의식을 배양해서 회사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까.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직원을 각별하게 배려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흔히 보상만 잘해 주면 모두 해결될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보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여러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각별한 배려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직원이 하는 말을 경청하는 데서 출발한다. 매우 쉬워 보이는데 왜 실천하기는 그토록 어려울까. 직원은 머슴(?), 즉 '을'이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시간을 내서 경청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머슴'의 직언을 경청한 결과 성공했거나 거꾸로 무시해서 실패한 역사 사례는 부지기수다. 예컨대 우리나라 역대 왕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군주는 세종대왕이다. 신하와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권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군주와 백성은 하나이고 민심은 천심이라는 위민사상을 평생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선 왕조 가운데 세종대왕 재위 때 역사상 가장 많은 인재가 모이게 됐다.

당태종 이세민은 제왕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현무문의 변에서 형제까지 죽였다. 집권 과정에서 이렇게 패륜을 저지른 자가 어떻게 길이 중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제왕이 됐을까. 황제가 된 뒤에 혹시라도 잘못하면 가차 없이 지적하도록 간언을 널리 장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죽인 형 쪽 사람인 '미스터 쓴소리' 위징까지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잘못을 할 때마다 통렬히 비판받았지만 끝까지 감정을 억누르고 위징의 간언을 경청한 덕택이었다.

문득 어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생각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주장은 참고 부하 직원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연봉을 많이 주는 이유도 더 많이 참고 경청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말이 쉽지 행동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세상에는 성공하는 직원과 회사, 실패하는 직원과 회사가 공존하는 것이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대학원 원장 jioh@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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