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전환을 위해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 투자에 돌입한다. 기존 8세대 LCD 공장을 퀀텀닷(QD) 디스플레이 라인으로 전환하고 65인치 위주로 생산하는 7세대 LCD 공장까지 추후 전환해 대형 LCD 사업에서 점진적으로 손을 뗀다. 이번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A5 공장에 10.5세대 양산 라인을 지어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 구조를 QD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탈바꿈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025년까지 차세대 QD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과 양산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시설투자 10조원, 연구개발(R&D) 투자 3조1000억원이다. 기존 8세대 LCD 라인을 QD 디스플레이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QD 디스플레이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로 낙점한 QD 디스플레이는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구조를 채용했다.
QD-OLED 구조는 청색 OLED를 발광원으로 삼고 녹색과 적색 QD를 위에 올려 색을 변환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형태다. 기존 OLED와 발광 구조는 동일하지만 QD 재료를 함께 사용해 색재현력과 광효율이 우수한 게 특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CES에서 별도 비공개 부스를 꾸리고 한정된 고객사를 대상으로 QD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공개했었다. 삼성전자가 현재 상용화한 QLED TV는 LED가 발광원인 LCD TV지만, QD 디스플레이는 청색 OLED를 발광원으로 삼는 게 차이점이다.
삼성이 QD 디스플레이를 차세대 기술로 채택한 것은 중국이 LCD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한 만큼 QD 디스플레이로 경쟁 패러다임을 바꿔놓겠다는 야심이 깔렸다.
삼성은 삼성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10년 이상 QD 소재 기술을 연구개발 해왔다. 자체 개발·양산 생태계를 꾸려 독보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이트OLED(WOLED)를 상용화한 LG와도 차별화할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의 궁극적 진화 방향은 별도 광원 없이 적·녹·청 QD가 각각 스스로 발광하는 QLED(EL QLED)”라며 “이번에 채택한 QD디스플레이는 자발광 QLED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라고 설명했다.
◇'대형 투자에 10.5세대 포함, 총 20조원 이상' 관측도
업계는 이번에 발표한 설비투자 10조원 중 L8 라인을 단계적으로 QD 디스플레이로 전환해 월 생산능력 3만장 수준을 확보하는데 약 2조~3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L8-1 라인부터 전환해 월 3만장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L8-2 라인은 내년 중순 이후부터 전환 투자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분기까지 설비 반입을 위한 클린룸 조성 등 공사를 마치고 중순부터 장비를 입고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연내 정식 장비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5인치 LCD를 생산하는 L7-2 라인은 추후 전환 시기를 구체화할 전망이다. 중국 쑤저우에 있는 8세대 공장에서 대형 LCD 사업을 유지하되 국내에서는 차세대 기술 중심으로 투자하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초기 투자 수준인 월 3만장 생산능력 확보를 우선 결정했지만 추후 월 3만장을 추가 투자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L8 라인 전환투자의 경우, 기존 설비를 다수 사용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8세대 QD 디스플레이에 초기 투자한 후 기술과 생산성을 어느 정도 안정화하면 신공장 A5에서 10.5세대 규격 QD 디스플레이 투자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초대형 65인치 이상이 TV 시장 추세인 만큼 10.5세대 QD 디스플레이를 양산하면 10.5세대 LCD를 생산하는 중국을 큰 기술 격차로 따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도 10.5세대 OLED 투자를 결정한 만큼 10.5세대 투자는 더 미룰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삼성은 그동안 중장기 디스플레이 투자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투자 규모와 품목을 분석해왔다. TF에서는 초대형 QD 디스플레이와 폴더블 OLED에 투자하고 A5를 포함한 차차세대 공장 건설 필요성까지 고려했다고 알려졌다. 중장기 투자에 4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파악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A5 공장에 투자한다면 10.5세대 규격 패널을 최대 월 15만~18만장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될 전망이다. A5에 10.5세대 QD 디스플레이만 들어설 경우, 월 15만장 기준으로 설비투자에 약 12조~1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성하면 연간 유지보수를 포함해 약 2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더블 OLED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도 중장기 계획에 포함했으나 아직 투자 시기는 구체화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갤럭시폴드를 비롯해 폴더블 기기에 대한 시장 반응을 좀 더 살핀 후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하는 분위기다.
삼성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A5 공장을 10.5세대 QD 디스플레이와 6세대 플렉시블 OLED를 혼합해 꾸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며 “향후 5년의 로드맵인 만큼 구체적 투자 규모나 시기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고 기존 LCD 라인 전환 투자부터 확정해 최소한의 투자부터 먼저 나서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